1월 4일 쿠로츳키 전력 60분
주제는 새해
이번에는 글로 참가해 보았습니다.
새해
츠키시마가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해 쿠로오와 함께 보내는 첫 정월이었다. 아키테루는 무척 아쉬워했지만 츠키시마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TV를 보며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며 쿠로오가 만들어준 메밀국수를 먹으며 맥주를 마시고 나란히 앉아 가벼운 새해 첫 키스도 나누었다. 엄마가 만들어 준 것과는 다른 맛이지만 쿠로오가 만들어준 것도 꽤 맛있었다.
배가 불러 늦게까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동이 틀 무렵에야 잠들었고 몇 시간 뒤 츳키시마는 가스레인지 레버 돌아가는 소리와 쿠로오의 목소리에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났다.
“하얗네.”
공기가 싸늘해 이불을 코끝까지 끌어올리며 츠키시마는 쿠로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반쯤 귀를 기울였다. 며칠 전 떡국에 넣는 떡은 꼭 구운 거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츠키시마에게 쿠로오는 귀찮은데 그냥 넣으면 안 될까? 라고 되물었다. 항상 구운 거였다고 답하자 쿠로오는 다시 한 번 귀찮은데 라고 중얼거리더니 그럼 츳키가 키스 한 번 해주면 구워줄게. 라고 말했다. 그럼 그냥 넣어주세요. 라고 퉁명스레 대꾸하자 너무해. 라고 볼멘소리를 한 쿠로오는 키스를 해달라고 졸랐고 츠키시마는 못 이기는 척 그에게 짧게 입맞춰주었다.
사귀는 사이이고 키스가 처음인 것도 아닌데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이어지는 스킨쉽이 아니면 츠키시마는 여전히 부끄럽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 그래서 하얗다는 건 늦은 아침인지 점심인지로 준비하는 떡을 보고 쿠로오가 중얼거리는 것인 듯했다. 떡이 그럼 하얗지 까만가. 라고 생각하며 츳키는 몸을 말았다.
“너 예쁘게 생겼네. 하얗고. 우리 츳키 닮았네.”
츠키시마는 지금 자기가 꿈을 꾸느라 뭔가 이상한 소리를 들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다시 석쇠에 떡을 올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쿠로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츳키 닮았으니까 내가 특별히 노릇노릇하고 쫀득하게 구워줄게. 어때? 좋지?”
츠키시마는 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지금 뭐라는 거지? 라는 생각에 어이가 없어 시야가 희뿌연 눈을 떴다.
“노릇하게 구워도 속살이 하야니까. 진짜 우리 츳키랑 비슷하잖아. 아닌가? 우리 츳키 속살이 더 하얀가?”
진짜 잠이 완전히 깬 츠키시마는 벌떡 몸을 일으키는 대신 이불을 끌어안았다. 쿠로오가 저 헛소리를 어디까지 하는지 궁금해서였다.
“어디어디, 쫀득한 것도 좀 비슷한 거 같고. 아닌가? 쫀득한 건 니가 좀 더 쫀득한가? 우리 츳키는 말랑말랑하고 쫀득하긴 해도 너만큼 흐물거리진 않거든.”
츠키시마는 그대로 성대하게 사례가 들릴 뻔했다. 지금 쿠로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츠키시마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우리 츳키 뺨도 말랑말랑하고 배도 쫀쫀하고 허벅지도 쫀득쫀득한데 만져본지 좀 됐네. 내가 이렇게 만지면 좀 가만히 있어주면 좋은데 엄청 비싼 몸이거든. 너 노릇노릇하고 예쁘게 구워주면 만지게 해줄지도.”
츠키시마는 도저히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쿠로오를 좋아하지만 이정도면 성희롱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쿠로오가 평소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것 같아 얼굴이 붉어졌다.
“너는 좀 더 탄력 있는 게 츳키 엉덩이 같네. 근데 모양이 네모라서 안 되겠어.”
“쿠로오씨!!!!”
결국 벌떡 일어난 츠키시마가 쿠로오를 불렀다. 앞치마를 두르고 젓가락을 손에 든 쿠로오가 뒤돌아서서 츠키시마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일어났어?”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츳키 간장 발라서 하나 구워줘? 아님 콩가루? 아님 떡국만 먹을 거야?”
“…콩가루요.”
“오케오케.”
“그건 그거고 진짜 혼자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본질을 흐리려는 쿠로오에게 넘어가지 않고 츠키시마가 발끈해서 물었다.
“뭘?”
“그… 혼자서….”
“음? 내가 무슨 말 했다고?”
쿠로오는 빙긋 웃으며 석쇠 위의 떡을 뒤집었다.
“금방 혼자서 뭐라고 말 했잖아요.”
“내가 뭐라고 그랬는데?”
완전히 눈을 접고 생긋생긋 웃는 얼굴을 보자 츠키시마는 차마 자기 입으로 들었던 단어들을 말할 수 없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다물었다.
“츳키 잠이 덜 깬 거 아냐?”
“놀리지 마세요.”
“안 놀려.”
쿠로오는 여전히 웃으며 츠키시마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츠키시마의 뺨에 살짝 입 맞췄다.
“올해도 잘 부탁해.”
“저, 저도요.”
“여기. 여기.”
쿠로오가 손가락으로 뺨을 가리켜 츠키시마도 가볍게 키스해주었다.
“세수 하고 와.”
“네.”
결국 제대로 화를 내지도 못하고 츠키시마는 욕실로 들어가 신년 첫 세안을 마치고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츠키시마가 접시와 젓가락을 건네주었다.
“내가 우리 츳키 생각하면서 예쁘게 구웠으니까 맛있을 거야. 조청도 줄까?”
“아까 혼잣말 하셨죠?”
“아닌데.”
콩가루에 파묻힌 노릇노릇한 찹쌀떡을 보며 츠키시마가 볼멘소리를 했지만 쿠로오는 인정하지 않았다. 츠키시마는 투덜거리며 상 위에 접시를 내려놓고 코타츠의 난방을 넣었다.
방석이 차가운 것이 싫어 얼굴을 찡그리며 그 위에 앉는 츠키시마 옆에 쿠로오가 냉큼 자리를 잡았다.
“쿠로오씨는 안 드세요?”
“응. 이제 먹을까 하고.”
“아직 덜 구워졌어요?”
“떡 구웠더니 만지고 싶잖아?”
“네?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에 츠키시마가 되묻자 쿠로오는 씩 웃으며 손은 츠키시나의 엉덩이 쪽으로 가져갔다.
“찹쌀떡 같은 우리 츳키 엉덩이.”
옷 위로 제법 불손한 의도를 가진 쿠로오의 손이 느껴졌다. 정말로 찹쌀떡을 주무르는 듯한 움직임에 츠키시마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쿠로오씨!!!!”
츠키시마가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쿠로오의 태도는 여유롭기만 했다.
“왜.”
“어딜 만져요! 지금! 아까 이런 생각 한 거죠!”
“아닌데?”
“아니긴요!”
잠에서 깼을 때 들었던 낯부끄러운 대사는 역시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츠키시마는 미간에 핏대를 세우며 쿠로오의 팔을 떼어내려고 했다.
“쿠로오씨는 진짜 가끔 너무 아저씨 같아요!”
“그거야 츳키가 귀여우니까.”
“성희롱!”
“아니거든? 이렇게 귀엽잫아. 하얗고 말랑말랑하고. 만지게 해줘.”
“치워요!!!”
결국 떡 대신 츠키시마의 엉덩이를 실컷 주무른 쿠로오 때문에 츠키시마가 신년 떡국을 먹을 수 있게 된 건 두어 시간쯤 지난 뒤였다.
“역시 츳키 닮아서 하얗고 쫀득쫀득.”
“닥쳐요!!”
쿠로오가 만들어준 떡국은 자정의 메밀국수 못지않게 맛있었지만 쿠로오의 부끄러운 말 때문에 제대로 음미할 수 없어 츠키시마는 굉장히 억울했다.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건 기쁜 일이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 후에도 계속, 쿠로오가 만들어준 떡국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츠키시마는 쿠로오를 보며 다시 인사를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랑해. 케이쨩.”
츠키시마가 고개를 훽 돌렸지만 쿠로오는 좌절하지 않고 츠키시마의 뺨이며 귓가에 입맞췄다.
“하지 마세요.”
“츳키가 예쁘니까.”
“안 예쁘거든요?”
한 해가 새로 시작되는 오늘, 평소와 같은 대화가 이어지는 것은 – 그것이 부끄러운 대화라고 해도 – 편안한 기분이라고 츠키시마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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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역시 떡국이라는 기분으로... 쿠로오는 제법 요리 잘 할 것 같아서요.
신년 떡국은 쿠로오가 끓여주는 걸로 써보았습니다.
정초부터 숨쉬듯 자연스러운 쿠로오의 성희롱.
대사는 W모님께서 협찬해주셨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 쿠로오....
봐주신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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