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 순간 그 공은 강한 힘에 의해 네트를 넘었다. 휘슬이 울리고 승리는 그들의 것이 되었다.
관중석에서 굳은 얼굴로 코트를 바라보는 우시자마의 눈에 환하게 웃는 오이카와의 얼굴이 들어왔다. 이마를 가린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귀찮다는 듯 손으로 넘기고 그의 오랜 파트너인 이와이즈미를 끌어안는 모습도 제때 눈을 돌리지 못한 우시지마에게 고스란히 보였다.
우시지마는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우시지마는 이와이즈미의 노력을 과소평가하진 않았다. 하지만 경기를 볼 때마다 오이카와의 능력을 발휘하게 해주지 못하는 그 실력에는 화가 났다. 오이카와의 손을 떠난 공이 더 높은 곳을 향할 때 자신은 그것에 보답해 줄 수 있는 확실한 자신감이 있었다.
함성을 뒤로하고 우시지마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팀원들과 얼싸안고 자신이 아닌 다른 이유로 - 그것이 배구라고해도 - 웃는 오이카와의 얼굴은 그리 오래 보고 싶지 않았다.
학교로 돌아가 연습에 참가한 우시지마는 몇 번이나 팀의 세터에게 토스를 지적했다. 칠 수 있는 토스라고 해서 그것이 완벽한 것이 아니었다. 비난에 가까운 책망에도 죄송하다고 말하며 다시 손을 움직이는 팀의 세터는 분명 현내에서 손꼽히는 실력을 갖추었지만 우시지마가 원하는 수준에는 못 미쳤다.
유독 날카로운 우시지마의 지적에 체육관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무거운 시간은 시계를 돌아본 우시지마가 연습 후 뒷정리를 지시했을 때야 겨우 끝났다.
땀을 씻어내면서도 무거운 공기를 떨치지 않던 우시지마는 후배들의 인사를 제대로 받아주지도 않고 체육관을 떠났다. 빠른 걸음으로 학교를 벗어나 뛰기 시작한 우시지마가 도착한 곳은 이제는 익숙해진 한적한 공터였다. 천천히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공터 안으로 들어섰다. 석재가 쌓인 곳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우시지마가 가까이 다가가자 자리에서 일어서 우시지마를 돌아보았다.
“우~시와카쨩.”
우시지마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역시 한 걸음 다가온 오이카와가 몸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이번에 전국에 가는 건 우리야.” “코트 위에서 증명해.”
냉정한 우시지마의 말에 오이카와는 미간을 찡그렸다. 하지만 곧 표정을 풀고 주먹으로 우시지마의 가슴을 가볍게 쳤다.
“진짜 귀엽지 않다니깐.”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오이카와는 교복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이럴 땐 잘 했다든가, 오이카와씨의 실력에 바짝 긴장했다든가 이런 말 해줘야 하는 거 아냐?”
오이카와의 그 말에 우시지마는 경기를 지켜보던 때보다 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며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오이카와.” “왜? 왜? 드디어 말 해줄 마음이 들었어?”
승리를 거머쥐었을 때의 오이카와의 웃는 얼굴은 진짜다. 그것이 만족이라는 것과 거리가 멀다 해도. 그런 그가 오렌지색 코트를 밟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짓는 웃음은 과연 어떠할지, 우시지마는 정말로 그것이 궁금했다.
하지만 결국 볼 수 없겠지.
“나는 지지 않아.” “에엑! 아 진짜! 우시와카쨩 성격 나쁘네! 나도 안 진다고!”
발끈하는 오이카와의 팔을 우시지마의 손이 붙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단단한 어깨가 품에 들어왔다. 우시지마는 팔에서 손을 떼어내고 오이카와의 등을 끌어안았다. 놀랐는지 잠시 멍하게 있던 오이카와도 우시지마의 등을 감싸 안았다. 손바닥으로 가볍게 등을 두드렸다.
“질 것 같아서 불안해서 그래? 오이카와씨가 이기면 우시와카쨩 열심히 위로해줄게.”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네트의 같은 편에서 함께 오렌지색 코트를 밟는 일을 생각하며 우시지마는 눈을 감았다. 승리의 관이 그에게 선사할 미소가 자신을 향할 일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자각하며 대답 대신 오이카와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지지 않아.”
너와 함께였다면 너를 위해서 그러했겠지만 너와 함께 하는 것이 아니기에 나는 너의 눈이 내게 향하게 하기 위해서 승리를 갈망한다.
“전국으로 가는 건 시라토리자와다.” “이번엔 세이죠거든요?”
오이카와는 지지 않고 말했다. 주먹으로 등을 때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우시지마의 품을 벗어나진 않았다.
“더워. 우시와카쨩. 씻고 왔는데 땀난다구. 뽀뽀 해줄 테니까 빨리 떨어져.”
우시지마는 목을 울리며 웃었다. 그리고 오이카와의 말대로 몸을 떼어내 그를 보았다. 슬쩍 웃은 오이카와가 우시지마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맞닿은 입술은 부드럽고 따듯하고 또 달콤했다.
두 사람의 미래가 이 키스와 같다면 어떨까. 우시지마는 불가능한 미래를 생각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 조금은 달달하게.... 그런데 다들 어떻게 그렇게 길게 쓰시는 걸까요.ㅜㅜㅜㅜㅜㅜ 저는 이번주도 참가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