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흔한, 오이카와에게는 너무나 일상인. 하굣길에서의 고백. 오이카와는 웃으며 거절하고 뒤돌아섰다. 2학년 명찰을 달고 있던 그 여학생은 그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렸다. 붙잡지는 않았다. 그저 울 뿐이었다. 오이카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붙잡지 않을 정도로 절박하지 않은 감정이라면 어째서 고백 따윌 하는 걸까. 겨울의 파란 하늘은 그저 무심히 펼쳐져 있었다. 내가 만약 고백한다면. 오이카와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자잘한 돌멩이가 굴러다니는 검은 아스팔트가 눈에 들어왔다. 저 작은 돌멩이들이 무릎을 긁어 피를 흘리게 하더라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를 붙잡을 텐데. 자존심 같은 건 전부 버리고.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아 오이카와는 미간을 찌푸렸다. 가벼운 감정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건 그저 자기만족이잖아? 오이카와는 가방을 고쳐들고 앞으로 걸어갔다. 더 이상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바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익숙한 풍경이 스쳐 지나가고 어느새 더 이상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 계속 앞으로 걸었다. 자동차가 몇 대, 아니 몇 십대 오이카와 옆을 스쳐 지나갔다. 처음 옆을 지나친 자동차라면 이미 그의 학교에 다다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오이카와는 앞만 보고 걸었다. 바람은 차갑고 차가운 하늘은 어느새 색이 지워졌다. 검고, 아니 어둡고. 그래도 오이카와는 계속 앞으로 걸었다. 태양이 사라진 하늘엔 상가 간판의 불빛이 채워졌다. 분명 태양만큼 밝을 수 없는데 태양보다 더 짜증스러운 빛이 눈앞에 가득 펼쳐졌다. 뺨에 닿는 바람이 더 차가워졌다. 그래도 오이카와의 발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오이카와의 발이 멈췄다. 시선은 한 작은 카페의 유리창 너머에 닿아있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꽃다발을 주었다. 여자는 기뻐하는 얼굴로 그 꽃다발을 소중히 품에 안았다. 남자는 무척 쑥스럽게 웃으며 품에서 작은 상자를 하나 꺼냈다. 그 안에는 아마 여자가 기다렸을 듯한 작은 반지 하나가 들어있었다. 여자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어느새 울었다. 남자는 당황해하면서도 기쁜 얼굴로 여자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남자가 반지를 꺼내 여자의 손에 끼워주려고 할 때 오이카와는 다시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가로등이 바닥을 밝히는 길게 이어진 길 앞에서 오이카와는 멈춰 섰다. 차가운 바람에 오이카와는 코를 훌쩍였다. 잠시 그렇게 섰을 때 가볍게 뛰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인영(人影)이 되고 그 인영은 실체가 되었다. “오이카와?” 상대도 마찬가지로 오이카와를 인식했는지 발소리가 점점 늦어지더니 오이카와 앞에서 멈췄다. “우연이네. 우시와카쨩.” 그렇게 부르지마라는 말 대신 얼굴을 찡그린 우시지마가 다시 입을 열었다. “러닝…중인 것 같진 않군.” “잔뜩 하고 왔으니까 말이지. 오이카와씨는 그렇게 비효율적인 인간이 아니거든.” 어깨를 으쓱이자 우시지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럼 난 이만.” “우시와카쨩.” 다시 제 갈 길을 가려던 우시지마가 오이카와를 돌아보았다. 내가 만약 고백한다면. 오이카와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열심히 해.”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인 우시지마는 몸을 돌려 다시 뛰기 시작했다. 오이카와는 바닥을 바라보았다. “아직, 자존심 못 버렸네. 오이카와씨.”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가 커다랗게 보였다.
=============== 뭔 소린지 이건;;;; 너무 짧아서 민망합니다ㅠㅠ 그래도 처음으로 우시오이 전력 60분에 참여해보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