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QUESTION.
발간일 : 2016년 01월 30일 동네 페스타 '대운동회'
커플링 : 마츠카와X오이카와 (R-19)
표지 일러스트는 섶님(@seoooop)께서 그려주셨습니다.
※ 책 사양
신국판 인쇄 92페이지
※ 가격
8,000원
※ 주의사항
● 'It's a PLEASURE.'의 후속편입니다.
● 성인이신 분들에게만 판매합니다.
● 두 사람 다 성인인 설정입니다.
● 분위기는 가볍습니다만 살인에 대한 설명, 묘사가 들어가니 민감하신 분들께서는 주의 부탁드립니다.
※ 샘플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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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상 샘플로 공개하기 적당하지 않은 장면이 많아 샘플이 길진 않습니다.
살인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만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니
폭력적인 묘사를 전혀 보지 못하신다면 펼쳐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마츠카와는 왼쪽 귀에 낀 블루투스 이어셋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오이카와.”라고 부르자 귓속으로 “맛층.‘이라고 부르는, 동그랗게 말려 비강을 스쳐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멋대로 이름을 줄여 부른 짧은 단어일 뿐인데 어쩐지 오이카와의 목소리라는 것만으로 애교 있게 들리는 것 같았다. 마츠카와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우스워 피식 웃으며 발을 앞으로 옮겼다.
- 맛층 누워있어?
“글쎄.”
- 오이카와 씨는 누워있는데.
“그냥 누워있어?”
- 글쎄.
마츠카와는 자신의 대답을 따라는 오이카와의 행동에 웃으며 다시금 이어셋을 통해 들리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리고 동시에 눈앞에 있는 것에도 집중했다.
“아래, 다 벗었지?”
- 전부 다 벗었는걸. 맛층은 어때?
“나도 그래.”
- 웬일이야. 옷 벗는 것도 귀찮아하는 맛층이. 오이카와 씨가 만져줬음 좋겠어?
“기왕이면 빨아주면 좋겠는데.”
- 잇세이 군이 내가 그리운 거구나? 담주에 가면 잔뜩 예뻐해 줄게.
“기대하지.”
마츠카와는 그 나름대로 상냥한 목소리를 내는 자신을 부릅뜬 눈으로 주시하는 눈앞의 상대를 항해 눈가를 접으며 웃어주었다. 핏발이 선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혀를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천을 쑤셔 넣고 긴 천으로 입을 묶어놓았음에도 끅끅거리는 소리를 내는 남자의 입가를 왼손바닥으로 덮었다. 일반적인 일본인에 비해 살짝 밝은 갈색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식은땀이 배어나온 이마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이 기시감을 불러 일으켰다.
“손가락 넣어봐.”
- 다짜고짜 너무하네.
“싫어?”
- 아니, 오이카와씨는 준비 오케이인걸. 어느 거 넣을까?
“중지 어때?”
- 응…. 넣었어….“
마츠카와의 손이 움직였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연인의 은밀한 곳을 열듯 몹시 신중하면서도 더 없이 단호했다. 눈앞의 몸뚱이가 격렬하게 뒤흔들렸다.
“손가락, 더듬어. 뜨거운 게 느껴져?”
뜨거운 액체가 손을 적시며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타일에 부딪친 붉은 방울들이 마츠카와의 다리에 차가운 서리 알갱이처럼 튀어 올랐다. 발을 디디고 선 타일에서 올라오는 냉기와 대비되어 손을 흠뻑 적시는 액체가 더 없이 선명하게 그 열기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 흐응…. 몰라, 오이카와 씨 모르겠어. 더, 더 넣어줘.
“더 밀어 넣어.”
마츠카와는 손에 쥔 것을 더 안으로 밀어 넣었다. 찔꺽찔꺽 속살이 달라붙었다. 마츠카와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옆으로 비틀었다. 눈앞에 보이는 검정에 가까운 갈색 눈동자가 뿌옇게 흐려졌다. 투명한 액체에 잠긴 하얀 구체가 어느새 시뻘건 핏줄을 터트리고 있었다.
“모자라… 오이카와 씨 손가락만으로는 모자라.”
힘을 넣은 손을 아래로 내리자 눈앞의 몸뚱이가 경련을 일으켰다. 마츠카와는 얼굴을 움켜진 손에 힘을 주며 입을 열어 낮게 속삭였다.
“하나 더 넣어.”
- 으응….
가드가 표면에 닿아 칼이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제도로 숨을 쉬지 못해 달아오른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마츠카와는 공포에 잡아먹힌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하며 손을 제 몸 쪽으로 당겼다 다시 힘껏 전진시켰다. 쇠붙이에 엉겨 붙는 살덩이와 핏덩이의 감촉이 손을 타고 올라 저릿하게 전신을 타고 흘렀다.
“후….”
- 맛층….
마츠카와는 손으로 입을 막은 남자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식은땀으로 젖어 갈색 머리카락이 들러붙은 이마에 제 이마를 대고 끅끅거리는 소리를 내는 입술을 덮은 손의 손등에 제 입술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갔다. 사내가 흘린 눈물이 마츠카와의 손을 적셨다.
================= 중략 ===============================
다음주. 마츠카와는 오이카와가 말한 호텔로 갔다. 그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짐을 던져두기 위해 오이카와가 기다리는 호텔방으로 올라갔다. 일률적이고 무미건조한 비즈니스호텔 방에서 마츠카와를 맞이하는 오이카와는 슈트와 코트 대신 몸에 달라붙는 짙은 색 청바지에 드레스셔츠와는 확연히 다른 패턴의 흰색 셔츠와 기장이 짧은 캐주얼한 카키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
“그러고 회사 간 거야?”
“아냐. 옷 가져온 거야.”
영업직인 오이카와는 언제나 몸에 딱 맞는 포멀한 슈트차림이었기 때문에 마츠카와는 그의 이런 차림을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입고 있으니 슈트보다 더 어울리는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맛층, 그러고 갈 거야?”
“응.”
그에 반해 주로 데스크 업무인 마츠카와는 그의 대부분의 동료 직원들이 그러하듯 편한 면바지와 폴로셔츠에 점퍼 차림이었는데 오이카와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고 잠시 혼자 생각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맛층이 너무 멋 부리고 가면 내가 피곤하니까 좀 촌스러운 게 낫긴 하지. 그럼 갈까? 요 앞에 덮밥 잘 하는 집 있으니깐 거기서 저녁 먹구 쇼핑 좀 하고 짐 가져다놓고 가자.”
“바로 가는 거 아니야?”
“거긴 일찍 가봐야 재미없다구. 그리고 오이카와 씨 요즘에 맛층 만나느라 쇼핑도 별로 못 했단 말야.”
“마음대로 해.”
마츠카와는 오이카와가 뭘 하든 크게 상관없었기 때문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이카와를 따라가 밥을 먹고 제법 규모가 큰 쇼핑센터 구경을 했다. 오이카와가 구입한 물건들로 인해 쇼핑백이 늘어나고, 마츠카와는 그것을 들어줄 생각은 별로 없었지만 물건을 고르는데 불편해보여 한두 개씩 들어주다보니 어느새 마츠카와는 양손에 여러 개의 쇼핑백을 줄줄이 걸게 되었다. 그러고도 한참을 돌아다닌 오이카와는 마지막으로 티셔츠를 하나 산 다음 쇼핑을 끝냈다.
그것을 가져다두기 위해 호텔로 돌아왔을 때 마츠카와는 그저 짐을 두고 곧장 다시 나갈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이카와는 마츠카와에게 손짓을 하더니 대뜸 그의 점퍼와 폴로셔츠를 벗겨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샀던 티셔츠를 마츠카와의 목에 끼워 넣었다. 검정색의 아무런 프린팅도 없는 티셔츠는 몸에 달라붙어 조금 불편했다.
“으음…. 역시 바지도 샀어야 하나.”
“뭐야?”
“아무리 그래도 그 아저씨 같은 네이비색 폴로셔츠는 좀 아닌 거 같아. 이거 입고 가. 선물할게.”
“선물?”
“응. 선물. 왜?”
“이런 걸 받을 이유는 없는데.”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맛층이랑 나랑 사귀잖아. 그럼 선물 정돈 할 수 있지. 오이카와 씨 맛층한테 티셔츠 선물할 수 있을 정도로는 돈 벌거든요? 그냥 고맙다고 하면 되지. 맘에 안 들어?”
“불편해.”
“뭐가 불편해. 딱 맞구만.”
오이카와는 마츠카와의 몸에 달라붙은 티셔츠를 잡아당겨 라인을 정리해주고 점퍼를 입혀주었다.
“가자.”
그리고 마츠카와의 팔을 껴안은 오이카와는 그를 끌고 호텔방문을 나섰다. 장갑에 머플러에 비니까지 쓰고도 “추워, 추워.”를 연발하는 오이카와와 함께 마츠카와가 도착한 클럽은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의 건물 지하에 자리하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갈 때부터 들린 음악소리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대화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크게 공간을 울리고 있었다. 입구에서 외투 등의 짐을 맡기고 안으로 발을 옮기자 어두운 실내는 알코올 냄새와 함께 매캐한 담배 연기로 가득 차있었다. 마츠카와의 생각보다 실내에는 사람이 많았고 안쪽 플로어에는 서로에게 몸을 비벼댈 듯 밀착한 채로 몸을 흔드는 이들이 보였다. 오이카와는 마츠카와의 손을 붙잡고 바로 다가가 맥주 두 병을 주문했다. 오이카와가 계산을 하는 동안 마츠카와는 다시 실내를 돌아보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실내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남자였다.
오이카와는 맥주 두 병과 땅콩 그릇 하나를 들고 마츠카와와 함께 구석 테이블로 갔다. 높이가 높은 의자 앞에 있는, 맥주를 대여섯 병만 올려놔도 자리를 다 차지할 작은 테이블 위 재떨이를 확인하고 마츠카와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오이카와가 앞에서 미간을 찡그렸지만 못 본 채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연기를 한 번 내뱉고 맥주병을 들어 입을 대며 마츠카와는 지긋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썩 유쾌하지 않은 시선들이 마츠카와와 오이카와에게 달라붙었다. 관심 없어 하는 이들은 아예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노골적으로 품평하는 듯한 시선도 분명 존재했다.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불쾌한 감각이라 마츠카와는 그 기분을 지우기 위해 입에 문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마츠카와의 기분이 어떻든 오이카와의 기분은 나쁘지 않아 보여 마츠카와는 자신에게 바짝 기대 앉아 맥주를 마시는 오이카와를 돌아보았다. 이렇게 붙어 앉아 있기만 할 거면 왜 굳이 이런 장소에 오자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오이카와는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가볍게 흔들며 맥주를 마셨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에 오이카와 마츠카와의 집으로 갈 때 틀었던 음악 중에 같은 곡이 있었던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때 오이카와가 아는 사람을 발견했는지 잠시 다녀오겠다고 말하며 맥주병을 들고 사라졌다. 마츠카와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 새 걸 입에 물며 오이카와를 지켜보았다. 키는 좀 작지만 체격은 제법 좋은 남자가 오이카와가 다가가자 팔을 붙잡으며 반갑다는 듯 웃으며 말을 하는 게 보였다. 무슨 대화를 하는지 오이카와가 마츠카와를 가리키자 남자는 마츠카와를 노골적으로 한 번 훑어보더니 비릿하게 웃으며 팔을 잡았던 손을 떼어내 오이카와의 허리로 가져갔다. 오이카와는 곧장 남자의 손을 쳐냈지만 마츠카와를 돌아보며 슬쩍 웃었다.
“뭐 하자는 거야.”
명백히 도발하는 시선이었다. 연애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지만 마츠카와는 오이카와의 시선에서 그가 질투해주기를 바란다는 걸 읽을 수 있었다. 모른 척 하기에는 오이카와의 시선이 너무 노골적이었고 맛층은 눈치가 빨랐다. 하지만 그 의도를 읽었다고 해서 마츠카와는 자신이 오이카와를, 아니 오이카와에게 손을 대는 남자에게 질투를 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질투를 할 필요가 있나? 그냥 죽이면 되는데. 마츠카와는 그렇게 생각하며 담배를 비벼 끄고 다시 새것을 물었다.
오이카와는 그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 이번에는 바에 기대 선 남자에게 다가갔다. 오이카와와 비슷한 키의 마른 남자였다. 살짝 곱실거리는 머리카락이 오이카와의 머리모양과 비슷했다. 어두운 색 셔츠 위해 티셔츠를 겹쳐 입고 손목 둘레에 비해 지나치게 큰 시계를 찬 남자는 자기에게 다가온 오이카와를 반색하며 끌어안았다. 마츠카와의 기준엔 너무 말랐지만 피부가 하얗다면 배에 칼을 꽂아보고 싶긴 했다. 비실비실해 보여서 오래 견디진 못하겠지만 다리사이로 피가 떨어져 내리면 제법 볼만할 것 같았다. 마츠카와는 오이카와의 꽉 죄어 올라간 엉덩이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마츠카와의 눈은 오이카와의 뒷모습에 가있었지만 그쪽을 보고 있었기 때문인지 남자는 오이카와의 귓가에 손을 대고 무어라 중얼거렸다. 오이카와가 마츠카와를 돌아보며 눈썹을 모았다. 마츠카와는 팔꿈치를 테이블에 대고 엄지에 턱을 얹은 채 그들을 보며 혀를 찼다. 담뱃재가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
처음 오이카와를 만난 날 오이카와는 자신이 섹스를 잘 한다고 말했다. 확실히 그랬고 생각해보면 그걸 스스로 확신할 정도면 한 두 사람과 놀아본 게 아니라는 말이 된다. 오이카와의 과거야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불현 듯 그 사실을 떠올리자 마츠카와는 기분이 나빠졌다.
오이카와는 그 남자와도 인사를 하고 이번엔 플로어에서 내려오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가 마츠카와를 턱으로 가리키자 오이카와는 웃으며 남자의 어깨를 쳤다. 남자가 그런 오이카와의 팔을 붙잡고 천천히 팔꿈치 쪽으로 손을 내리며 마츠카와를 바라보았다. 마츠카와가 마시던 맥주병을 내려놓고 그 시선을 마주하자 남자는 슬쩍 웃으며 오이카와의 손목을 붙잡고 플로어 쪽으로 당겼다. 오이카와가 가지 않겠다고 버티며 마츠카와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아주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마츠카와는 ‘탁.’ 소리가 날 정도로 거세게 병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이카와가 웃으며 마츠카와를 보고 있었다. 와서 말려달라는 거겠지만 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이러려고 오자고 한 건가 싶어 짜증스럽기도 했다. 마츠카와는 무표정한 얼굴로 오이카와를 한 번 본 다음 출입문 쪽으로 갔다. 번호표를 주고 점퍼를 받아들자 오이카와가 황급히 이쪽으로 다가왔다.
“맛층!”
마츠카와는 안에 있는 사람들 다 들으라는 듯한 큰소리를 모르는 척 밖으로 나왔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는데 뒤에서 다시 오이카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가!”
오이카와가 마츠카와의 어깨를 붙잡자 그는 한숨을 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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