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누워 팔을 위로 뻗어 잡지를 들고 있는 오이카와의 손이 우시지마의 눈에 들어왔다. 오이카와를 위한 데운 우유와 자신을 위한 차 한 잔을 가지고 주방에서 나온 우시지마는 잔 두 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소파 앞에 무릎을 대고 앉았다. 오이카와가 의아한 눈으로 고개를 돌리며 자신을 보자 우시지마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오이카와의 손을 붙잡았다. “뭐야.” 라고 하면서도 오이카와는 우시지마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우시지마가 잡은 손을 잡지에서 떼어내고 남은 팔을 아래로 내려 잡지를 배 위에 올려두었다.
표면이 매끄러운 공이 몸의 일부가 될 때까지 그 공에 닿아있던 시간만큼 오이카와의 손과 팔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극히 작은 거스러미 하나조차 공의 궤도를 바꾸게 될까봐 세심하게 신경 쓴 손은 공의 표면처럼 매끄럽지만 그 공처럼 딱딱했다. 그것은 오이카와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손이며 우시지마가 사랑해 마지않는 손이었다.
우시지마는 고개를 숙여 그 손등에 입 맞췄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불거진 뼈마디와 많은 상처를 안은 매끄러운 손에 다시 우시지마의 입술이 닿았다. 오이카와의 열정에 경의를, 그 손을 제게 내어준 그에 대한 사랑을 담아 우시지마는 또 한 번 입술을 붙였다.
“왜 그래?”
오이카와의 질문에 우시지마는 말없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 색이 변할 리 없건만, 공을 쫓을 때엔 그토록 차갑고 냉정한 눈동자가 지금은 한없이 따듯한 색을 하고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우시지마는 오이카와의 손바닥을 엄지 끝으로 문질렀다. 간지러워서인지 살짝 미간을 찌푸리는 게 보였다. 오이카와의 손을 젖혀 굳은살로 뒤덮인 손바닥에 입 맞췄다. 그 손으로 자신의 뺨을 감싸게 하듯 손바닥에 얼굴에 댔다. 곧 오이카와의 손이 그의 자의로 우시지마의 뺨을 문질러 왔다. 딱딱하고 요철이 있어도 매끄러운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체온이 따듯했다.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오이카와의 손을 붙잡은 우시지마는 그 손바닥에 다시 입술을 댔다. 입술이 닿은 곳에서 조금씩 옆으로 옮겨가며 손바닥 전체에 빠트린 곳이 없도록 빼곡히 입 맞췄다. 우시지마가 속삭이듯 키스를 이어가는 동안 오이카와는 손끝에 닿는 우시지마의 얼굴을 더듬었다. 엄지에 닿는 높이 솟아도 말랑한 연골로 이루어진 코를, 소지 끝에 걸리는 단단한 하악을, 약지에 눌린 살짝 패인 오목한 뺨을, 중지에 닿는 광대뼈와 검지에 문질러지는 눈 아래 여린 살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우시지마의 입술이 오이카와의 손목으로 내려왔을 때 오이카와는 우시지마의 감긴 눈꺼풀에 가만히 손을 댔다.
“진짜 아무 일 없어?”
“그래.”
맥박이 뛰는 곳에 지그시 입술을 붙였던 우시지마는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미련이 남은 입술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곧장 고개를 숙여 오이카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팔을 붙잡았던 손으로 오이카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 조금 건조하면서도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우시지마의 손길을 타고 정수리 위로 넘어갔다.
손을 통해 느끼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따듯한 감촉이 느껴지는 입술로 우시지마는 오이카와의 입술을 찾았다. 좀 더 그것을 갈구하며, 처음 그에게 키스 했을 때의 설렘을 떠올리며 입 맞추고 또 입 맞췄다.
오이카와가 미소 짓는 것이 느껴져 우시지마도 따라 입술을 끌어올렸다. 오이카와가 양손으로 우시지마의 얼굴을 감싸 끌어당겨 더 깊게 입 맞추게 했다. 바라 마지않았으며 아무리 넘쳐도 부족하기 만하기에 우시지마는 오이카와의 부름에 기꺼이 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