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존잘님?!
발간일 : 2016년 05월 29일 마츠오이 배포전 '친구만 50번째'
커플링 : 마츠카와X오이카와 (R-19)
표지 일러스트 및 디자인 : 밤까님( @bamcca1394)
※ 책 사양
A5 카피본 28페이지
※ 가격
3,000원
※ 주의사항
● 성인이신 분들에게만 판매합니다.
● 알고보니 내 존잘님 오이카와에게 맛층이 잘해드리는 내용입니다.
● 트위터, 동인계, 인터넷 용어, 유행어, 가벼운 욕설 등이 다수 나오니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께서는 주의 부탁드립니다.
● 마츠카와 캐붕 주의.
※ 샘플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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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가독성을 위해 문단 사이는 띄워두었습니다.
마츠카와는 침대 위에 드러누워 오늘 우편으로 받은 책을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요즘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여자주인공과 같은 머리모양을 한 소녀가 예쁜 드레스를 입고 표지 너머 마츠카와를 향해 웃고 있었다. 섬세한 레이스와 옷 주름, 소녀를 둘러싼 화사한 꽃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이미 광고페이지를 통해 본 그림이지만 이렇게 인쇄물로 보자 감회가 남달랐다. 마츠카와는 그 표지를 넘기는 것이 아쉬워 그림을 보고보고 또 바라보았다. 이 책을 낸 존잘님께선 표지 색이 잘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무척 걱정을 하셨지만 마츠카와가 보기에 금방이라도 햇살에 녹아내릴 듯 여리고 투명하기까지 한 꽃잎이나 새하얀 뺨을 복숭아색으로 물들인 소녀의 뺨 모두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하게 보였다.
“하아…. 존잘님 최고.”
마츠카와는 채 표지에 뺨을 마구 비벼대고 싶은 기분이었으나 혹시 코팅을 하지 않은 종이가 상할까봐 얼굴을 대기는커녕 손이 닫는 면적도 최소화하기 위해 애썼다. 고급스러운 광택이 도는 종이에 아름답게 인쇄된 존잘님의 일러스트. 제목 위에서만 빛의 방향에 따라 반짝이는 홀로그램 코팅. 마츠카와는 또 한 번 하아아아… 하고 숨을 내쉬고는 황홀한 눈으로 표지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표지만 보던 마츠카와는 아쉬움을 겨우 뒤로 하고 책장을 넘겼다. 표지 바로 뒤에 끼워진 연한 분홍색 종이에는 SD로 그려진 표지의 캐릭터가 조금 진한 분홍색으로 인쇄 되어 있었다.
“아, 시발. 졸귀. 젠장.”
마츠카와는 책을 끌어안고 좌로 두 바퀴 우로 두 바퀴 구르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다리를 허공에다 대고 흔들었다. 그리다 조금 진정이 되자 다시 그 연분홍색 종이를 넘겼다.
“으아. 진짜 존잘님 최고다. 와…. 시발. 머리카락 봐.”
마츠카와는 당장이라도 종이에 그려진 소녀의 화려하게 구불거리는 긴 머리카락을 핥은 기세로 책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살짝 뒤를 돌아보는 소녀를 로우앵글로 잡은 구도는 그녀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드레스와 긴 머리카락을 아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었다. 마츠카와는 참지 못하고 펜화 일러스트에 손가락을 댔다. 금방이라도 종이에서 튀어나올 듯한 섬세한 그림을 손끝으로 문지르다 겨우겨우 진정하고 페이지를 넘겼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이제 드디어 존잘님 신간의 본격적인 감상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날을 얼마나 오래 기다려왔던가. 마츠카와는 긴장해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고 경건하게 속표지를 넘겼다.
마츠카와가 존잘님의 회지를 영접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고3 말엽 같은 반 남학생과 부딪쳐 물건이 뒤섞였는데 하교시간이라 서둘러 짐을 챙겨 집에 왔더니 자신의 것이 아닌 책이 한 권 끼어 있었다. 그것도 칼라풀한 표지에 얇은 책. 표지에 그려진 소녀는 나풀나풀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그냥 예쁘네. 정도의 관심밖에 끌지 못했다. 하지만 심심하기도 하고 남학생이 뭐 이런 순정만화 같은 걸 보나 궁금해서 펼쳐보았다. 그리고 마츠카와는 신세계를 만났다.
어지간한 프로 만화가들보다 아름다운 그림도 그림이지만 화려한 그림 속에서 느껴지는 감동적인 스토리. 짧지만 강렬한 그 책에 깊은 감동을 받은 마츠카와는 다음날 같은 반 친구에게 책을 돌려주며 이건 어디서 사는 거냐고 물었다. 그리고 마츠카와는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동인 세계에 기념할만한 첫 발을 내딛었다.
일단 트위터 계정을 파고 존잘님부터 팔로우를 했다. 동인 정보 계정이며 중고거래 계정도 팔로 하고 존잘님의 팔로잉 목록에 들어가 거기 있는 계정도 죄다 팔로 했다. 그리고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시스템인지 모르겠는 트위터에 익숙해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인터넷을 뒤지며 밤을 지새웠다. 존잘님의 과거 회지를 사기 위해 중고 판매점을 뒤지고 매일매일 옥션에 책 제목을 검색했다.
마츠카와는 자기도 도대체 자기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렬한 예감에 사로잡혀 닥치는 대로 존잘님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그냥저냥 평범한 남고생 마츠카와는 평범한 사람도 사랑에 빠지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존잘님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그리고 그로부터 삼 개월도 지나지 않아 마츠카와는 ‘빌어 처먹을!!’이라고 생각했던 트위터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거기서 다시 한 달 뒤에는 ‘하… 시발, 트위터 상 줘야 돼.’라고 생각하며 넓은 어깨를 움츠린 채 제 손바닥보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열심히 손가락으로 밀며 시간과 정성을 쏟게 되었다.
그 눈물겨운 정성에 보답을 받기라도 하듯 마츠카와는 존잘님에 대한 정보를 꽤 많이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래서 SNS를 조심하라는 거지만 마츠카와에게는 고마울 따름이었다.
마츠카와의 존잘님, 온라인 세계에선 색스블루(saxe blue)라는 닉을 사용하고 보통 색블님, 블루님이라고 불리는 그 사람은 팔로워 십만 명이 코앞인 오오테였다. 마츠카와는 잠자는 시간을 쪼개가며 그 사람의 트위터 및 주변 지인들의 트윗을 탐독했고 그 결과 색스블루님의 거주지가 미야기, 그것도 마츠카와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아냈다. 관동 쪽이라는 것 말고는 한 번도 지역을 정확하게 글로 쓴 적이 없지만 멀리 외출했다며 올라온 사진이 센다이 시내여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번은 지인의 추천으로 사온 베이커리의 크림빵이 맛있다고 인증 사진을 올렸는데 포장지가 마츠카와에게 익숙한 것이어서 기억을 더듬자 하나마키의 인스타그램에 종종 사진이 올라오던 슈크림의 포장지라는 것이 떠올랐다. ‘하나마키가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날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다음날 하나마키에게 그 가게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냈다. 체인점이 아닌 가게였기 때문에 확실히 색스블루라는 사람이 이 근처에 사는 것이라고 마츠카와는 확신했다.
그것 외에도 닉이 섹스블루(sex blue)라니 좀 그렇지 않나? 싶었는데 그게 아리나 색스블루(saxe blue)라는 것, 그 색깔이 녹색이 가미된 밝은 회청색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그걸 알자마자 ‘하…. 존잘님은 닉도 참 예쁘게 잘 지으시는군.’라고 태세 전환을 하기도 했다든가 하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놀랐던 건 색스블루가 생각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점이었다. 그림이나 내용을 봐선 좀 더 나이가 있는 사람일줄 알았는데 이제 막 스무살이라고 했다. 이건 퍼블릭으로 작성한 트윗으로 알게 된 게 아니라 지인과 멘션 대화 도중 다른 사람이 ‘색블님 이제 슬슬 에로본 그려줘요. 올해 스무살이잖아!’라고 하는 걸 본 덕이었다. ‘존잘님 진짜 천재 아닌가. 그럼 첫 책이 열여섯 때라는 거잖아. 미친. 존무.’라고 생각하며 마츠카와는 색스블루에 대한 일방적인 애정을 키워나갔다.
존잘님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디저트나 청바지 브랜드를 줄줄 꿰는 건 물론이고 사용하는 타블렛의 크기, 모니터 해상도나 스마트폰 기종도 알고 있었다. 이게 다 틈만 나면 트위터를 들여다보며 존잘님의 멘션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은 결과였다.
색스블루의 숨은 팬을 자처하기를 몇 년, 마츠카와는 때때로 사람이 이렇게 다른 사람을 바꿔 놓을 수도 있구나. 라고 감탄하곤했다. 평소에 무심하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고 솔직히 타인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았던 자신이 색스블루 일만 되면 완전 눈이 돌아서 스토킹 모드 풀 차지. 그 사람의 주 활동시간이면 잠도 안자고 트위터에 매달렸다.
그렇게 오늘도 마츠카와는 열심히 화면을 아래로 잡아당기며 존잘님이 트윗을 하시지 않을까 기다렸다. 폭트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제법 말이 많은 편인 색스블루인데 오늘은 어쩐지 조용했다. 그러고 보니 장르 온리전 준비를 한다고 하던데 그 탓인가 싶었다. 색스블루뿐만 아니라 그 사람과 친한 지인들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행아웃을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마츠카와는 입맛을 다셨다.
조용히 지켜보는 게 체질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연성러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럴 때는 꽤 아쉬웠다. 존잘님과 지인들의 사담계에 낄 수도 없고 작업팟은 엄감생신 꿈도 못 꾼다. 그림을 좀 잘 그리거나 글 좀 잘 쓴다고 순식간에 존잘님과 친해지는 걸 보면 미술시간에 나무를 핫도그 수준으로 그리곤 했던 제 손재주를 맹비난하고 싶어졌다. ‘제가 배구는 좀 하는데요. 존잘님.’하고 멘션을 보내고 싶을 지경이었다. 색스블루와 자신의 공통점이랄까 공통점이라면 배구였다. 그 사람은 배구 경기에 관심이 많고 잘 아니까 고등학교 때 배구를 했다고 하면 잘 봐주고 사담계를 오픈해주지 않을까 하는 사심 섞인 생각도 했다. 색스블루에 관해선 꽤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프텍이 걸린 사담계를 볼 수 있다면 더 많이 알 수 있을 테니 아쉬웠다. 팔로워가 점점 많아질수록 퍼블릭으로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이야기를 삼가는 것을 보면 울적했다. 얼마 전에도 다른 장르 존잘이 스토킹 당하다가 참다못해 고소까지 가는 일이 벌어져 동인계 전체가 시끄러웠다. 아무리 그런 사람들이 일부라고 하지만 대뇌망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치들 때문에 결국 선량하고 얌전하고 조용하게 존잘님을 지켜보며 숨어서 응원하는 자기 같은 팬들은 큰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며 마츠카와는 부루퉁 입술을 내밀었다. ‘나도 존잘님이 어제 저녁에 뭐 먹었는지 알고 싶다고!!!’ 라는 게 그의 본심이었다.
물론 작품을 좋아하는 것이지 안면부지의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작품은 곧 그 사람의 일부 아닌가. 작품이 좋으면 작가에게 호감을 가질 수도 있는 거지! 라고 오늘도 울적한 기분의 원인에 대한 합리화를 열심히 하며 마츠카와는 새 트윗 창을 보고 화면을 아래로 당겼다.
▶ 꺄아>ㅁ< 뫄뫄님(@XXXX)이 보고 싶다고 하셔서 벨물 처음 그려봤어요!
마츠카와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트윗에 포함된 그림을 클릭했다. 거기엔 요즘 색스블루가 파는 만화의 조연 두 명이 키스라도 할 듯 입술을 가까이 하고 있었다. 그것도 한 놈이 다른 놈 다리 위에 올라타서! 셔츠를 반쯤 벗고! 사내새끼 주제에 얼굴에 홍조를 띄우고! 이 와중에 내 존잘님은 왜 이렇게 존잘이어서 선화에 뺨에만 살짝 분홍색을 넣었는데 섹시하고 지랄이냐고!!!!
마츠카와는 폰을 옆으로 던지고는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존잘님 안 돼! 비엘은 안 돼!!!
물론 마츠카와는 자신이 색스블루가 그리기만 한다면 HL(Hetero Love)이든 GL(Girls Love)이든 BL(Boys Love)이든 다 보긴 할 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비엘은… 비엘은…. 동인계에 발을 들인 후 아무래도 피할 수 없는 것이 비엘물이고 그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판타지라고 하더라고 XY염색체를 가진 사람으로서 비엘은 상당히… 좀 그랬다. 게이물과도 다른 그 무언가를 아무래도 마츠카와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존잘님이 비엘이라니….
마츠카와는 울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다시 폰을 집어 들고 그림을 저장했다. 아무리 헐벗은 사내새끼 둘이라고 해도 존잘님 그림이니까 놓칠 수 없었다.
==== 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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