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 주의
횡설수설 주의
사진
오이카와 토오루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눈앞에서 연신 셔터를 누르던 남자가 손을 멈추고 오이카와 쪽으로 다가왔다. 오이카와는 더더욱 어색해지는 표정을 수습하려 양쪽 손가락으로 뺨을 문질렀다. 비뚜름하게 기울어진 입술 끝을 수평으로 만들기 위해 한쪽은 아래로, 다른 쪽은 위로 손가락을 당기고 있자 커다란 손이 다가와 오이카와의 앞 머리카락을 살짝 옆으로 넘어가도록 쓸어주었다.
“내키지 않나?”
“으응…. 그건 아닌데….”
“긴장하지 마라. 평소엔 카메라 앞에서 잘 웃지 않았나.”
“그야 그건….”
“그건?”
“방송용이니까 그렇지.”
“다른가?”
우시지마는 의문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되물으며 오이카와의 옆 머리카락도 매만져주었다. 오이카와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떠 우시지마를 바라보았다. 배구를 할 때만큼이나 진지한 시선이 오이카와를 향해 있었다. 오이카와는 그 시선을 마주한 채 우시지마의 물음에 대한 답을 속으로 삼킨 후 손을 들어 이제 머리카락이 아닌 귓불을 만지작거리는 손을 붙잡아 아래로 내렸다.
“얼른 찍고 가자.”
“그러지.”
우시지마는 별다른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조금 전 자신이 자리했던 곳으로 돌아갔다. 오이카와는 조금 어색하게 몸을 돌려 카메라 렌즈를, 아니 우시지마의 얼굴을 보았다.
오이카와는 우시지마가 사진 같은 것과는 인연이 없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휴대폰 갤러리엔 이렇다 할 사진 한 장 없고 애초에 카메라를 다룰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배구를 제외하면 어느 것 하나 취미도 특기도 없는 심심한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고개를 조금만 왼쪽으로 기울여주겠나?”
오이카와는 우시지마가 말하는 대로 고개를 기울였다. 뷰파인더를 보는 그의 얼굴이 카메라에 가려져 까만 카메라 위에 보이는 머리카락이 마치 멋없이 자른 가발을 얹어놓은 듯 보였다.
“풋.”
별 것도 아닌데 순간 웃음이 나왔다. 서둘러 표정을 수습하는데 연달아 셔터 누르는 소리가 났다.
“뭐야. 이런 거 왜 찍어.”
“자연스러워서 좋다.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비밀.”
말해봐야 화를 내기는커녕 “내 머리카락은 가발이 아니다.”같은 소리를 할 게 뻔하지. 라고 생각했던 오이카와는 금세 생각을 고쳐먹고 우시지마를 향해 눈을 접으며 웃었다. 다시 셔터소리가 들리는 카메라 앞으로 다가갔다. 우시지마가 카메라를 아래로 내리며 왜 그러냐고 눈으로 물어왔다.
“잠깐만.”
오이카와가 손을 내밀자 우시지마는 여전히 의아한 얼굴을 하면서도 순순히 카메라를 오이카와에게 넘겨주었다. 오이카와는 그가 했던 것처럼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렌즈를 통해 우시지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부옇게 흐려진 상에 초점을 맞추며 오이카와는 “어때?”라고 물었다.
“뭐가 말이지?”
“오이카와 씨 얼굴을 카메라로 가리니까 어떠냐구.”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그러고 있으니 카메라에 가발을 씌워놓은 것 같긴 한데….”
“그치? 좀 전에 나도 그 생각 했거든. 근데 우시와카 쨩은 왜 안 웃는 거야?”
“웃어야 하나?”
“연상작용이라는 게 있잖아. 머리카락이 가발이라면 원래 대머리일 거라는 거 말야.”
“카메라는 어차피 머리카락이 없지 않나.”
“아, 진짜.”
오이카와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우시지마에게 카메라를 돌려주었다. 그리고 몇 걸음 우시지마에게서 멀어졌다.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자 다시 셔터소리가 들렸다.
“우시와카 쨩.”
우시지마는 대답대신 카메라를 아래로 내렸다.
“오이카와 씨가 대머리 되어도 계속 사진 찍을 거야?”
우시지마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당연한 걸 왜 묻지?”
우시지마는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로 말한 후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마치 1분 1초가 아까운 사람처럼 오이카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오이카와는 자신의 모든 것을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그의 진지한 시선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 오이카와는 또 시선을 아래로 내려 깔고 말았다. 우시지마가 처음 카메라를 들고 와 오이카와를 찍고 싶다고 말한 날이 생각나서였다.
예전에도 우시지마는 휴대폰 카메라로 오이카와의 모습을 많이 찍었다. 식사를 하러 가면 일단 나온 요리의 사진을 찍는 오이카와와 달리 우시지마는 음식 사진을 찍는 오이카와를 찍었다.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는 오이카와를 찍기도 하고 지하철에 앉아 조는 오이카와의 얼굴을 찍기도 했다. 함께 간 장소에서 나란히 서 전면카메라로 두 사람의 얼굴을 작은 휴대기기에 담기도 했다. 오이카와는 그때까지 우시지마의 그런 행동을 그저 자신이 조카 사진을 찍어나 스스로의 모습을 찍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스레 웃었고 아무렇지도 않게 카메라를 향해 장난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으며 때론 과장된 몸짓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시지마가 카메라를 들고 왔다. 놀라는 오이카와에게 우시지마는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이제껏 휴대폰으로 찍어왔으므로 오이카와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우시지마는 그런 오이카와를 데리고 근처 공원으로 갔다. 오이카와에게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아보라고 말한 그는 공원의 풍경 이곳저곳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오이카와는 그에게 이런 취미가 있는지 몰랐다고 놀라워하며 그의 렌즈가 닿는 곳 위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한동안 사진을 찍은 우시지마가 렌즈를 갈아 끼우며 오이카와에게 어디가 좋겠냐고 물었다. 오이카와는 멀찍이 호수가 보이는 나무 앞으로 가서 섰다. 그러자 우시지마는 빛의 방향이 좋지 않다며 오이카와를 이리로 저리로 옮겨가라 말하더니 갑자기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눌렀다.
뭐냐고 묻는 오이카와에게 우시지마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찍고 싶다고 생각한 건 네가 처음이다. 오이카와.”
생각지도 못한 말에 오이카와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 모습은 고스란히 우시지마의 카메라에 담겼고 나중에 그 사진을 본 오이카와가 지우라고 소리쳤지만 우시지마는 완고하게 고개를 저을 뿐 원본 파일의 경로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시간만 나면 우시지마는 오이카와의 모습을 찍었다. 일상일 때도 있고 사진을 찍기 위해 특별한 장소를 찾아갈 때도 있었다. 그렇게 셀 수 없이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이상하게도 우시지마의 카메라를 대하면 대할수록 오이카와는 표정은 자꾸 어색해져갔다.
“고개를 들어줬으면 하는데.”
“오이카와 씨는 어떻게 하고 있어도 다 잘났다구. 모델 탓 하지 말고 우시와카 쨩이 잘 찍으란 말야.”
순 억지라는 걸 알면서도 오이카와는 그렇게 말했다. 우시지마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슬쩍 허리를 숙여 우시지마가 가슴 높이에 둔 카메라 렌즈에 시선을 맞췄다.
“그렇지?”
무의식중에 힘이 들어간 우시지마의 손가락이 셔터를 눌렀다. 오이카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대로 우시지마에게 다가가 카메라를 빼앗았다.
“지금 뭘 찍은 거야!”
“아니.”
몸을 앞으로 숙인 채 기분 좋은 표정을 한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이상하게 나왔으면 지우려 했는데 나쁘지 않아 오이카와는 그 사진을 그대로 둔 채 버튼을 눌러 앞서 찍힌 사진들을 돌려보았다. 전부 오이카와의 얼굴이었다. 어색하게 웃는 얼굴, 먼 곳을 응시하는 얼굴. 찡그린 얼굴과 편안하게 웃는 얼굴도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사진은 사진에 문외한인 오이카와가 봐도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찍혀있었다. 담뿍 애정을 담은, 평소의 우시지마의 모습에선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시선이었다.
그저 피사체로서의 자신을 찍기 위한 타인과 다른 우시지마의 시선이 오이카와가 그의 카메라 앞에서 어색한 표정을 짓게 되는 원인이란 걸 그가 과연 눈치 채는 날이 올까. 오이카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우시지마에게 카메라를 돌려주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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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썼는지 모르겠지만 참가에 의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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