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뻘하고... 짧고...
캐붕 주의, 오타주의
퇴고 없어요. 오타 비문 특별히 주의..;;
Morning Coffee - morning coffee
마음은 푹신한 침대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며칠 이어진 휴일 뒤에 맞이하는 일감은 그런 사정 따윈 봐주지 않았다. ‘출근하기 싫어!!!’ 라는 말을 겨우 집어삼키며 회사에 도착한 오이카와는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과장님!” 하고 불러대는 팀원을 바라보았다. 컴퓨터 전원을 켜고 그를 부른 팀원에게 다가가며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는 마츠카와를 힐끔 쳐다보았다. 마츠카와의 키보드 옆에 뚜껑을 연 채인 종이컵 안의 커피가 반쯤 남은 것이 보였다. 커피와 아침 잠 중에 고민하다가 10분의 아침잠을 위해 커피를 포기했던 오이카와는 내심 커피가 아쉬워 입맛을 다셨다.
물론 탕비실에 가면 커피머신이 있지만 오늘 아침엔 바닐라시럽을 잔뜩 넣고 생크림을 올린 라떼가 마시고 싶었다. 멍한 머리에는 단 커피가 최고니까. 잠깐 내려갔다올까 고민하는데 오이카와의 책상 위 전화가 울렸다. 마츠카와를 보며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그가 전화를 당겨 받았다. “설계과 2팀 마츠카와입니다. 네. 계십니다. 네. 네.” 하고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은 마츠카와는 자신을 부른 팀원의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는 오이카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과장님. 우시지마 부장님께서 지금 오시랍니다.”
“뭐? 왜?”
“용건은 말씀 안하시든데요?”
“알았어요.”
시라토리자와 물산 건설부문 사업관리부 공정관리실 설계과 2팀 과장 오이카와 토오루는 사업관리부 부장이자 시라토리자와 그룹 회장의 손자인 우시지마 와카토시와 질긴 인연을 가지고 있었다. 25세의 나이로 미국에서 MBA 과정을 수료하고 와서 실장님으로 앉으셨다는 회장님 손자가 그 우시지마 와카토시일 줄이야. 당시 말단 주임이던 오이카와는 얼굴을 못 본 상태였기 때문에 그저 동명이인일 거라고 애써 생각했다. 하지만 우연히 회사 로비 커피숍에서 마주친 순간 “에엨! 우시와카쨩?” 이라고 말해버리고 말았고 과장에게 질질 끌려가서 대박 깨졌다. 긴 잔소리 끝에 실장님께서 부르신다는 말을 하며 입 조심하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과장에게 굽신굽신 인사를 하고 물러난 오이카와는 망나니 칼에 목을 들이미는 심정으로 실장실 문을 두드렸다.
“오래간만이군. 오이카와.”라고 말하는 우시지마는 분명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생활을 십 년은 더 한 것 같은 관록을 지니고 있었다. 그게 엄청 아니꼬웠지만 이쪽은 말단 주임, 저쪽은 회장님 손자이신 실땅님. 화사하게 웃으며 “제가 몰라 뵙고 실례했습니다. 우시지마 실장님.”이라고 말하자 우시지마는 오이카와를 빤히 쳐다보았다.
“먹고사는 건 힘들지.” 라고 말하는 우시지마의 목소리에 약간 웃음이 섞여있어 오이카와는 곧장 가면을 벗어던졌다. “남의 돈 받기 힘들거든. 우시와카쨩은 잘 모르겠지만.” 하고 실룩거리는 입술을 한쪽만 끌어올리자 우시지마는 눈을 가늘게 떴다. 더럽게 눈치 없는 자식. 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나이를 먹으며 우시지마에게도 그런 것들이 생겨난 것처럼 보였다. 우시지마는 천천히 일어서 오이카와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한다고 말하며 시간 괜찮으면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다. 내가 왜!! 라고 외치려던 오이카와는 상사의 권유-라고 쓰고 명령이라 읽는-를 거부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대로 물러날 순 없어 “오이카와씨는 맛있는 거 아니면 안 먹어.”라고 얄밉게 말하자 이번엔 우시지마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녁에 운전을 무척 잘 하시는 기사분이 문을 열어준 검은색 벤츠에 태워져 회사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장소의 빌딩 고층에 자리한 레스토랑 룸에 밀어 넣어지고, 메뉴판은 보지도 못한 채 가져다주는 웰컴 디쉬와 식전주를 축내며 어둑해진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코스 요리는 굉장했다. 맛으로나 비쥬얼적으로나. 오이카와의 월급으론 프로포즈하러 올 때나 올 수 있을 것 같은 레스토랑에서 엄청 비쌀 것 같은 와인까지 마시고. 식사가 끝난 후 아쉬우니 술을 한잔 더 하자는 우시지마에게 무방비하게 고개를 끄덕인 오이카와는 역시나 회사에서 멀지 않은 시라토리자와 그룹 계열 호텔 바에 가서 위스키인지 브랜디인지를 몇 잔 더 마시다가 헤롱헤롱 취해서….
미친 자여, 도른 놈아. 라고 제 머리를 쥐어박을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부장님소리 들을만했던 낮은 목소리로 “보고 싶었다.”라고 귓가에 속삭이자 눈앞에 보이는 게 없어졌다. 넓은 호텔방에 제 발로 따라 들어가 키스를 하며 우시지마가 넥타이를 푸는 동안 그의 목에 매달려서는…. 과음은 만악의 근원. 성인이 되자마자 배운 그 뼈아픈 사실을 어디다 던져두고, “오이카와, 오이카와.” 라고 부르는 목소리에 취해서.
이게 다 꿈이라면!!! 이라고 아무리 애원해도 시간은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아침을 먹으라며 키스로 자신을 깨우는 우시지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일어난 오이카와는 바스로브 차림으로 테이블 앞에 앉아 이미 멀끔하게 새 셔츠와 바지를 입은 우시지마와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그리고 호텔 룸서비스 화식 아침식사는 썩 맛있지 않다는 경험치를 얻었다. “우시와카쨩은 일식파야?” 라고 묻자 “그런 건 아니지만 네가 일식을 선호하는 걸로 알고 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긴 차라리 토스트가 낫겠어.” 라고 말하자 우시지마는 자리에게 일어나 오이카와에게 다가와 까치집인 머리카락을 흩트리며 정수리에 입 맞췄다. 그가 웃는 것이 느껴졌다. 왜 저러지? 라고 멍한 머리로 생각하며 샤워를 하러 들어간 오이카와는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이래서야 꼭 다음이 있다는 것 같잖아!!! 라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움켜쥐며 속으로 절규한 오이카와는 비싼 술을 마셔서 그런지 숙취도 별로 없다고 투덜거리며 마저 씻고 밖으로 나왔다. 우시지마가 가리키는 곳에 있는 새 속옷을 꿰입자 어느새 다가온 우시지마가 오이카와의 팔에 새 셔츠를 끼워주었다. 이마며 콧등에 키스를 하며 단추를 채워주고 그대로 화장대 앞에 오이카와를 앉히더니 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을 말려주기 시작했다. “수상해… 우시와카쨩 수상해! 미국 가서 이러고 다닌 거야?”라고 묻자 그런 건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그땐 믿을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세세한 것까지 배웠다는 것과, 그것이 에스코트할 여성을 위한 것이었다는 게 오이카와를 열 받게 하긴 했지만 아무튼 꽤 자연스럽게 우시지마는 오이카와의 머리카락을 매만져주었다. 그리고 넥타이도 매어주고 타이핀에 커프링크스까지 채워준 다음 자신의 옷도 마저 갖춰 입었다. 마지막으로 오이카와에게 재킷을 입혀준 우시지마는 어느새 세탁이 되어 돌아온 어제 입었던 옷을 넣은 얇은 가먼트백과 오이카와의 소지품 가방을 들려준 다음 호텔방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기 직전에 입술에 키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말에 시간을 비워두라는 말도.
그리고 호텔 앞에 대기 중인 택시에 오이카와를 태워 먼저 가있으라고 말한 후 기사에게 행선지를 이야기 하며 지폐를 건넸다. 오이카와는 무언가 아직 꿈속을 헤매는 기분으로 회사에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 “못 보던 넥타이네?” 라고 묻는 마츠카와에게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흐으으음….” 하며 아래위로 훑는 시선이 느껴졌다. “일이나 해. 맛층.” 이라고 말하며 그의 샷을 추가한 아메리카노 컵을 갈취했다. 한 모금 마시고 너무 써서 인상을 찌푸린 오이카와는 지갑을 챙겨들고 동료직원과 함께 로비로 내려갔다. 거기서 마주친 우시지마 실장님께서 오이카와와 그의 동료에게 커피를 사주고 친절하게 적립카드 도장도 찍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우시지마와 오이카와는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다. 왜냐고 물으면 어쩌다보니. 라고 답할 수밖에 없지만 아무튼지 간에 사귀게 되었고 일 년 뒤에 동거를 하며 이와이즈미에게 밝혔다가 등짝을 열 대쯤 얻어맞았다. 그리고 말을 하진 않았지만 마츠카와는 눈치 챈 것 같았다.
연인이 상사라는 건 좀 불편한 일이지만 직급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마주칠 일은 별로 없어 나쁘지만은 않았다. 안 좋은 점은 야근이라는 핑계 같은 걸 댈 수 없다는 점이라고 할까. 그나저나 아침부터 왜 부르는 거지? 라고 생각하며 부장실로 갔다. 오늘은 대표이사인 숙부와 조찬회의가 있다고 일찍 나가긴 했는데 벌써 들어왔나. 따위의 생각을 하며 부장실 문을 두드렸다.
폐쇄적인 기업문화답게 부장실은 그냥 분리된 방이었다. 미국 드라마 보면 유리 같은 걸로 잘만 해놓던데 일본이란. 덕분에 밖에서 부장님 눈치 안 보는 건 좋을지 모르겠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키스부터 하고보는 부장님을 보면 이래도 괜찮은 것인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었다.
“용건이 뭐야?”
“바쁜가?”
“그럼. 바쁘지. 우시와카쨩은 한가한가봐?”
키스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그냥 뒀다간 한정 없을 것 같아 슬쩍 밀어내며 말하자 우시지마가 아쉬워하며 떨어져나갔다. 그리고 책상으로 다가가 뚜껑 덮인 종이컵을 들어 오이카와에게 건넸다.
“커피 못 마셨을 것 같아서.”
“오, 고마워.”
진심으로 커피가 필요했기 때문에 오이카와는 순순히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뚜껑을 열자 반쯤 녹은 생크림이 보였다. 익숙한 바닐라향도 났다. 냉큼 한 모금 마시자 카페인과 당분이 순식간에 몸으로 흡수되는 것 같았다. 직장인의 생명줄은 역시 당분과 커피. 오이카와는 두어 모금을 더 마신 뒤 뚜껑을 닫았다. 오전 내내 아껴 마셔야지. 같은 궁상맞은 생각을 하면서.
종이컵이 닿았던 입술에 곧장 우시지마의 입술이 닿았다. 내민 혀로 입가에 묻은 크림과 음료를 핥다가 오이카와의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 인간이…. 라고 생각하면서도 커피를 사다준 기특함을 생각해 살짝 눈을 감고 키스에 응해주었다. 모닝커피는 아주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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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냥 잠깐의 월루와 점심시간에 죽 한 숟가락 밖에 못 먹은 울적함을....
전 커피는 아메리카노나 라떼 노 슈가 샷 추가 파입니다만 오이카와는 어쩐지 달게 마실 거 같아서...
트위터에 가끔 주절거리는 우부장과 오과장 시리즈? 일듯도?
무뇌하고 달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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