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상당히 유치뽕짝합니다.
짧습니다. 오타주의.
캐붕주의 X 1,000,000
네가 더 예뻐.
모처럼의 연휴, 한동안 침대를 제 기능에 충실하게만 사용했던 두 사람은 전날 밤 새 침대가 내려않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격렬한 밤을 보냈다. 그리고 당연히 해가 뜨고 나서는 모든 게 귀찮아졌다. 정확하겐 오이카와 쪽에서. 오이카와는 이번 연휴에 요즘 유행하는 브런치를 먹으러 가자거나 여름옷을 사러 가자거나 영화를 보자거나 하는 계획을 잔뜩 세워뒀지만 꼼짝도 하기 싫었다. 결국 피자를 주문하고 우시지마에게 맥주를 사오라고 쫓아낸 그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와 거실 쇼파에 앉아 TV를 틀었다.
우시지마는 금방 돌아왔고 피자도 도착했다. 한손에 피자를 들고 다른 손으로 맥주캔을 따다가 피자 토핑을 흘려서 우시지마가 닦아준 건 좋았지만 꼭 한마디를 더 해서 오이카와의 화를 돋웠다. 피자를 접시에 내려놓으라는 합리적인 소리였지만 언제나 그렇듯 오이카와는 그게 우시지마의 입에서 나왔다는 소리라는 것만으로 울컥 하는 것이다. 잔소리 하지 마. 라고 툴툴 거리며 맥주를 마시고 빈손이 없어서 우시지마에게 TV채널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런 주제에 폰에 메신저 알람이 들어오자 오이카와는 맥주 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폰을 집어 들었다. 한손으로도 능숙하게 폰을 조작하며 답변을 보낸 그는 용건이 끝나자 폰 화면을 껐다. 그리고 습관처럼 폰을 들어 그것을 거울삼아 화면에 반사되는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오늘도 잘생긴 거 같지?”
우시지마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에 만족했는지 오이카와는 싱글싱글 웃으며 우시지마의 곁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앉았다.
“우시와카쨩~”
우시지마는 피클을 하나 오이카와의 입에 넣어주었다. 오이카와는 그걸 몇 번 씹지도 않고 삼키곤 피자를 덥썩 베어 물었다. 입가에 소스가 묻어 우시지마는 티슈를 뽑아 닦아주었다. 음식물을 씹느라 입을 우물거리면서도 가만히 있는 오이카와를 귀엽다고 생각하며 우시지마는 맥주 캔을 오이카와의 손에 들려주었다.
처음에 사귀기 시작했을 때 몸에 손대는 걸 굉장히 싫어하던 오이카와를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여전히 우시지마가 알 수 없는 타이밍에 화를 내고 멋대로 굴고 뾰족한 소리를 늘어놓지만 요즘은 자연스레 우시지마에게 기대어 어리광을 피우곤 했다. 딱히 자각을 하고 하는 행동은 아니지만 우시지마는 거기까진 눈치 채지 못했고 그저 오이카와의 행동이 좋은 쪽으로 달라진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별달리 볼 것이 없는 TV채널을 다시 무의미하게 돌리다 문득 손이 멎었다.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를 소개하고 있었다. 며칠 전 오이카와가 보고 싶다고 한 게 기억이 났고 오이카와도 마찬가지인지 피자를 씹으며 TV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우시지마는 리모컨을 내려놓고 피자를 집어 들었다. 한 손으로 맥주 풀탑을 따자 오이카와가 “우시와카쨩도 한 손으로 하면서!” 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흘리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하자 “에잇!”하며 입술을 겹쳐왔다. 못 먹게 하겠다는 뜻이지만 우시지마가 이런 오이카와를 환영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살짝 닿았던 입술이 농밀한 키스로 변한 건 순식간이었다. 그래도 배가 고팠기 때문에 오이카와는 가볍게 입술을 깨무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입술을 떼어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피자를 입에 밀어 넣었다. 우시지마는 그런 오이카와의 귓가에 가볍게 입 맞추고 맥주를 마셨다.
영화 소개는 어느새 지나가고 배우 인터뷰가 나왔다. 우시지마는 연예계 쪽에 흥미가 전무해서 오이카와가 관심 있어 하는 영화라는 것 말곤 이 영화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배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화면에 출연 배우가 나왔을 때 우시지마의 얼굴이 화면에 고정되었다.
그냥 한 눈에 봐도 정말 잘생겼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였다. 취향을 떠나서 딱 봐도 그냥 잘생겼다는 말만 나오는 그런 얼굴이었다. 세상엔 저런 사람도 있구나, 저 남자가 잘생겨서 오이카와가 관심이 있는 건가. 라는 약간 복잡한 생각을 하는데 옆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찮았다.
배구 빼면 세상만사에 관심이 없는 우시지마가 집중하며 보는 얼굴은 몇 년 전부터 세기의 미남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배우였다. 오이카와가 봐도 그 배우가 잘생긴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우시지마가 저렇게 감탄 어린 눈으로 본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좀 더 우시지마에게 가까이 다가가 우시지마의 얼굴 앞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저 배우랑 나랑 누가 더 잘생겼어?”
우시지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울컥한 오이카와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가는 것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우시지마는 오이카와와 TV화면을 번갈아 보다가 입을 열었다.
“객관적으로 저배우가 더 잘생겼다만?”
와아…. 오이카와는 그대로 손에 든 피자를 우시지마의 얼굴에 집어던질 뻔했다. 이런 걸 애인이라고. 이와쨩이 말렸을 때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세상에 우시와카쨩 주제에 지금 뭐라고요????!!!
이제껏 우시지마는 한 번도 한눈 판 적은 없었다. 오이카와도 그건 잘 알고 있었다. 자기가 잘나서도 있지만 우시지마는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헌신적인 남자였다. 그런데 지금 뭐가 어쩌고 어째?
갑자기 서러워졌다. 우시지마가 저런 소리를 하다니 어젯밤에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좋아한다, 사랑한다, 소리가 다 거짓말 같았다. 우시지마라면 아닐 줄 알았는데 역시 사랑은 식어가는 거란 생각에 억울해졌다. 양손에 피자와 맥주를 든 오이카와의 눈에서 뚝뚝 눈물이 떨어졌다. 황당해하는 우시지마의 얼굴이 보여 오이카와는 더 화가 났다.
“우시와카쨩 바보, 멍청이, 해삼, 말미잘, 멍게!”
“오이카와?”
“어떻게 나한테 그런 소릴 할 수 있어?”
“무슨?”
우시지마는 갑작스런 오이카와의 태도변화에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하루에 기분이 서른다섯 번도 넘게 변하는 거야 알고 있지만 지금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우시와카쨩이 그러고도 오이카와씨 애인이야? 사랑이 식은 거지! 헤어져!”
“오이카와.”
“왜! 헤어지면 되잖아!”
“진정해라.”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응?!”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그간의 오이카와의 행동 패턴을 분류해 이런 식으로 비합리적으로 떼를 쓴다는 건 진지하게 화가 난 건 아니라는 걸 아는 우시지마는 일단 오이카와의 손에 든 걸 뺏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그를 끌어안았다. 밀어내고 등을 때리고 급기야 어깨를 깨물었지만 – 아프진 않았다. - 우시지마는 오이카와를 놓지 않았다.
“진정하고 말을 해라.”
“쟤랑 사귀면 되잖아! 헤어져!”
“그게 무슨 소리지? 난 너와 교제 하는 중이지 않은가. 의미를 모르겠군.”
“쟤가 더 잘생겼다며!”
“그렇긴 하다만 그게 무슨….”
“오이카와씨보다 쟤가 더 잘생긴 거잖아! 그럼 쟤랑 사귀라구!”
“저 남자가 잘생긴 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지?”
“몰라! 헤어져! 어떻게 오이카와씨보다 저 남자가 잘생겼다고 할 수 있어?”
자기 입으로 말하고 나자 더 서러워졌다. 우시지마가 이렇게 얼굴을 밝힐 줄은 몰랐던 오이카와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떨어졌다.
“객관적으로 저 배우가 더 잘생겼다고 말한 건 사실이지만….”
울컥해서 떨어지려는 오이카와를 우시지마는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내 눈엔 네가 가장 예쁘다. 토오루.”
우와….
오이카와는 순식간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그리고 얼굴이 확 붉어졌다. 지금 뭐라는 거야?
오이카와의 움직임이 뚝 멈추자 우시지마는 팔을 조금 느슨하게 풀고 오이카와의 뺨에 입 맞췄다.
“질투했나?”
“아니거든! 아니라고! 오이카와씨 화 난 거거든!”
“화나게 해서 미안하다.”
“읏… 잘못했지?”
“그래.”
“오이카와씨가 제일 예쁘지?”
“물론이다.”
그제야 주춤주춤 우시지마에게서 떨어진 오이카와가 우시지마의 눈을 마주보았다.
살짝 입술을 부딪치자 우시지마의 손이 오이카와의 뒷목을 붙잡았다. 혀가 얽혀들며 깊은 키스로 이어졌다. 그리고 우시지마는 오이카와의 몸을 쇼파로 밀어 눕혔다.
오이카와는 감았던 한쪽 눈을 슬쩍 뜨고 테이블 위를 보았다. 배고픈데. 피자 식는데. 맥주 미지근해지는데 따위의 생각을 하는데 그런 오이카와의 생각을 읽었는지 우시지마의 손이 오이카와의 눈을 가렸다. 키스는 좀 더 열을 띄우고 우시지마의 손은 오이카와의 옷자락 아래로 들어왔다.
휴일이니까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며 오이카와는 눈을 감았다. 귓가에 “토오루.”라고 부르는 우시지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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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냐하면... 아까 아이실드21의 카케이를 보고 오이카와를 보며 하... 오이카와 꼴뚜기같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오이카와보다 더 잘생긴 사람이 있겠지만 우시지마에게는 제일 예쁜 토오루.아닐까 하며 트위터에 썰을 풀었는데 길지 않게 마무리 될 것 같아서 급하게 써봤습니다.
캐붕도 이런 캐붕이 없지만 그냥 니가 제일 예뻐♡ 하는 우시지마의 대사가 써보고싶었던 것으로.... 까다로운 여친같은 우리집 오이카와를 어쩌면 좋을까 싶네요.
뻘한 글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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