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쿠아카] CRANE GAME
CRANE GAME
발간일 : 2016년 4월 30일 후쿠로다니 온리전 '부엉이 둥지'
커플링 : 보쿠토X아카아시 (R-19)
※ 책 사양
A5 출력 28 페이지
※ 가격
3,000원
※ 주의사항
● 성인이신 분들에게만 판매합니다.
※ 줄거리
소소한 일상으로 덤덤하게 연애도 하는 두 사람의 침대 위 사정까지 나오는 내용입니다.
※ 샘플 페이지
아래는 샘플입니다. 도입부분이고 수정 전이라 변경, 추가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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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ne game
자주 온다고 하면 자주 오는 곳인데도 매번 아카아시는 이곳에 들어올 때마다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잡음 섞인, 제대로 알아듣기 힘든 음악이 스피커를 통해 크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체육관의 함성소리나 공이 바닥에 튀는 소리 등의 소음에는 익숙하지만 이런 종류의 소음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심호흡을 하고 옆에서 눈을 빛내는 남자를 따라 아카아시도 게임장 내부를 둘러보았다. 조금이라도 일찍 이곳을 벗어나려면 신중히 기계를 골라야했다.
봉제인형이나 피규어, 전자기기나 과자 등이 지나가는 사람을 유혹하듯 케이스 안에 자리 잡은 크레인 게임기가 즐비하게 늘어선 곳에서 아카아시는 오늘의 제물을 골랐다. 저건 확률이 너무 희박해보이고 저건 크레인이 허술해 보이고 저건 지나치게 금방 나올 것 같고….
아카아시라고 처음부터 이런 게임기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그가 이렇게 매서운 눈으로 게임기를 감별하게 된 원인은 아카아시의 옆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남자였다. 배구 말고는 특기도 취미도 없을 줄 알았던 그의 취미가 알고보니 크레인 게임이었다. 아카아시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가 고등부 배구부에 들어 온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부원들 몇이 시내로 나왔을 때였다. 선배 한 명이 게임장에 가자고 했고 묵묵히 따라갔던 아카아시는 당시 2학년인 보쿠토가 눈을 빛내며 크레인 게임기를 바라보는 걸 목격했다. 그는 아카아시의 일주일치 용돈은 거뜬히 되어 보일 듯한 돈을 동전으로 바꿔서 커다란 봉제인형이 들어있는 기계 앞으로 달려갔다.
저런 걸 진짜 하는 사람이 있구나. 라고 감탄하는 아카아시의 눈앞에서 동전은 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아카아시는 저도 모르게 조금씩 인형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며 주먹을 꼭 쥐었다. 금방이라도 들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과 달리 크레인이 헛되이 움직이면 본인이 하는 것도 아닌데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었다. 보는 아카아시보다 직접 게임을 하는 보쿠토는 더 마음을 졸였는지 게임을 실패하자 큰 리액션으로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결국 머리를 케이스에 스스로 박았다.
키가 크고 동작도 크다보니 주의를 끌었는지 점원이 다가왔다. 좀 전부터 보쿠토를 보고 있었던 듯했고 본의 아니게 대화를 들어보자 인형을 움직이기 쉽게 옮겨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카아시는 이곳에서 얼른 나가고 싶었고 남의 돈이라도 동전이 헛되이 사라지는 것이 싫어 보쿠토가 점원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필요 없다고 말했고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이해할 수 없는 심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카아시 역시 다시 크레인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인형은 조금만 더 움직이면 떨어질 것만 같은 상태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여 아카아시는 보쿠토가 헛되이 돈을 쓰게 될 거란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그런데 게임 횟수를 2번 남겨두고서 보쿠토는 결국 인형을 아래로 떨어트리는데 성공했다.
보쿠토는 큰 소리로 환호했고 지켜보던 아카아시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쿠토는 그제야 아카아시를 발견한 듯 인형을 꺼내며 물었다.
“아카아시도 이거 좋아해? 2번 남았는데 해볼래?”
“아뇨.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이거 가져.”
“네? 아뇨, 선배. 이건….”
아카아시는 정중하게 사양하려 했지만 보쿠토는 멋대로 인형을 아카아시에게 안겨주었다. 아카아시가 다시 거절 하려는데 다른 곳을 둘러보던 선배들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오. 성공했어?”
“돈 좀 썼겠네. 저런 큰 인형 어따 쓰려고?”
“아카아시 줬어.”
“그러냐?”
“아니, 선배. 이건 제가 받을 게 아닐 것 같습니다.”
“왜. 옆에서 계속 보고 있었잖아. 가지고 싶었던 거 아냐?”
“아닙니다만.”
“그래? 그래도 가져. 아카아시랑 어울려.”
“놀리는 겁니까.”
“진짠데.”
아카아시가 정말로 필요 없다고 다시 말하려고 할 때 옆에서 선배가 팔을 잡아당겼다.
“가져가서 적당히 처분해. 저 녀석 그냥 인형 뽑기가 취미라서 그런 거니까 깊이 생각하지 말고 받아.”
“그래도….”
“뒀다가 사촌동생한테라도 줘.”
결국 아카아시는 납득할 수는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때문에 계속 시간을 끌 수도 없었고 보쿠토는 정말 인형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보였다. 제법 커다란 강아지 인형은 회색 귀와 동그란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귀엽다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충분했고 퀄리티도 좋았다. 문제는 남자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인형을 들고 다니는 것은 생각보다 불편하다는 것에 있었다. 하지만 선배가 준 물건을 함부로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아카아시는 꼼짝 없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인형을 안고 있어야 했다.
곧장 처분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인형은 생각보다 오래 아카아시의 방에서 자리를 차지했다. 이리저리 며칠간 바닥을 굴러다니는 것을 보다 못한 모친이 인형의 먼지를 털어내고 침대 위에 올려두었다. 태어나서 인형 같은 건 한 번도 옆에 둔 적이 없었던 아카아시는 그 인형이 꽤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했으나 바닥에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거추장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이니 이내 인형이 같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것을 단념했다. 그리 작진 않지만 그렇다고 침대 한구석을 못 내어 줄 크기도 아니어서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한 것도 있었다.
그로부터 사흘 뒤, 아카아시는 오래간만에 완전히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보쿠토는 예전부터 도쿄도 내에서 알아주는 실력 있는 스파이커였고 체력도 좋았다. 거기다 텐션이 높을 때는 한정이 없는데 마침 오늘이 그날이었다. 주전 세터인 3학년 선배는 결국 포기를 선언했고 2학년 중 세터인 선배는 오늘 연습에서 빠진 상태였다. 자연스레 1학년 중 세터인 아카아시에게 보쿠토와 팀을 이룰 기회가 돌아왔고 아카아시는 그 기회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단지 보쿠토가 예전과 비슷하겠거니 여긴 아카아시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중학부에서도 호흡을 맞춘 적이 있었는데 그를 보지 못한 일 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쿠토는 아카아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놀라운 체력과 집중력을 보였다. 그동안 이미 주전 세터가 나가떨어질 정도였는데 보쿠토는 여전히 웃는 낯으로 “아카아시, 여기, 여기!”라고 외쳐댔다. 아카아시는 네트 너머 보이는 상대 팀 미들 블로커의 질린 표정이 분명 자신과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게 마음을 다잡았다. 배구부 내 경기라고 해도 1학년이 주전 세터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상황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하고 싶었다.
하지만 정성은 갸륵하나 결과는 꽤 난감하다고 해야 할까. 보쿠토의 지치지 않는 열정을 따라가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자신이 체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있는 데도 보쿠토의 분위기에 휩쓸리다보니 아카아시는 정말 손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침대에 풀썩 쓰러진 아카아시는 겨우 숨만 내쉬며 조금 전의 연습시합을 돌이켜보았다.
아직 어설픈 아카아시의 토스에도 어김없이 공을 네트너머로 넘기는 그는 명실상부한 후쿠로다니의 에이스였다. 그런 그에게 공을 올린 자신이 조금 더 실력이 좋았다면 같은 시간에 두 셋트 정도는 더 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자율연습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눈을 돌리자 침대 머리맡 구석에 자리 잡은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시 보니 조금 보쿠토를 닮은 것 같았다. 옅은 색의 머리카락과 언제나 반짝반짝한 눈동자. 그 생각이 들자 어쩐지 인형이 얄미워 아카아시는 손을 뻗어 인형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그러고 보면 보쿠토의 머리카락은 인형 털보다 뻣뻣하겠지? 라는 생각 같은 걸 했던 것이 그날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깊이 잠든 밤은 짧아 아침은 금세 다가왔다. 전날 무리하게 연습한 것을 후회하며 잠이 덜 깬 몸을 이끌고 학교에 도착했을 때 혼자이기 때문인지 서브연습을 하고 있던 보쿠토가 아카아시를 보고 활짝 웃었다.
“아카아시 토스 올려줘 토스.”
“네. 금방 준비 할 게요.”
서둘러 준비운동을 끝내고 코트로 들어갔다. 둥실 떠오른 공이 보쿠토의 손에서 전해진 힘으로 바닥으로 곧장 내리꽂히는 것이 보였다.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깨끗하게 나갔는지 보쿠토는 발이 바닥에 닿기가 무섭게 아카아시를 돌아보았다.
“봤어? 봤어?”
“네에….”
“아카아시 토스 치기 편해졌는데. 맨날 일찍 와라.”
라고 말 하며 활짝 웃는 얼굴은 어째선지 내내 아카아시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