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지마/오이카와] my Throne
※ 사망소재 주의
※ 결혼한 우시지마 주의
my Throne
하늘이 파랗다.
오이카와는 새하얀 물고기들이 평화로이 헤엄치는 그 파란 웅덩이 위를 걷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누군가 듣는다면 무척이나 소박하고 아름다운 소망이라고, 또 누군가는 세상에서 가장 이루기 힘든 소원이라고 말할 불가능한 희원이었다.
오이카와는 손을 뻗었다. 앙상한 하얀 손톱 끝에 파랗게 물결이 번졌다. 하얀 물고기가 다가올 듯 멀어졌다. 물고기를 잡지 못한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휘청, 오이카와의 허리가 앞으로 꺾였다. 높은 난간에 몸을 기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절벽에 부서지는 파도가 큰 소리로 울었다. 소리 내지 못하는 오이카와의 비명을 대신하듯이.
오이카와가 손을 뻗었다. 파도의 울음을 붙잡아 제 입에 밀어 넣기 위해.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잡을 수 없었다. 파도는 부딪히고 또한 부딪쳐 아프게 울기만 했다.
오이카와는 손을 내저었다. 하얀 물고기도 파도의 울음도 붙잡지 못한 손이 난간을 움켜쥐었다. 주르륵 몸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렸다. 무릎이 바닥에 닿고 정수리가 난간에 들러붙었다. 오늘도 오이카와는 실패하고 말았다.
“나에겐 네가 없어.”
학창시절 내내 단 한 번도 우시지마에게 이긴 적이 없었지만 성인이 되어 우시지마와 한 팀에 들어간 오이카와는 그동안 그가 원했던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손에 넣었다. 오이카와를 알던 모든 사람들은 이제 그가 원하는 것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가장 소망하던 한 가지를 얻을 수 없었다.
어느 방송국의 아나운서. 무척이나 아름다운 그 신부와 함께 분명 행복했을 신혼여행에서 우시지마가 돌아온 날 밤. 오이카와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시지마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라고, 몹시 중요한 일이라고. 우시지마는 피곤한 목소리였지만 알겠노라 대답했다. 전화를 끊고 오이카와는 맨션의 현관문 걸쇠를 모두 열어두었다. 그리고 침실로 들어갔다.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우시지마가 곧 도착했다. 몇 번 벨 소리가 울렸지만 오이카와는 나가지 않았다. 현관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신발을 벗는 소리와 함께 피곤한 목소리로 오이카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 위에 앉아 그 소리를 모두 들으면서도 오이카와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드디어 침실 문을 열었을 때 오이카와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오이카와?”
“살려줘. 우시와카쨩.”
“무슨?”
오이카와는 손에 쥐고 있던 과도를 들어올렸다. 우시지마가 미간을 찌푸렸다. 오이카와는 과도를 왼쪽 손목에 가져다댔다.
“무슨 짓이지?”
큰 걸음으로 다가온 우시지마가 오이카와의 손목을 붙잡아 올렸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들어 우시지마를 바라보았다. 보고 싶었어. 오이카와의 입술이 그렇게 말했다.
“우시와카쨩….”
“도대체 무슨 짓이냐. 오이카와.”
“안아줘.”
“뭐?”
“죽어버릴 거야.”
“무슨 소리를….”
“안아줘… 사랑한다고 말해. 우시와카쨩에겐 내가 필요하잖아? 그 여자보다 내가 더 우시와카쨩에겐 필요하잖아!!”
“오이카와?”
“키스해줘. 그 여자에게 했던 것보다 더 다정하게 해줘.”
우시지마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더니 오이카와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혐오를 숨기지 않고 입을 열었다.
“어딘가 문제가 있다면 병원을 가라.”
“죽어버릴 거라구!!!!”
오이카와가 소리쳤다. 치켜든 오른손에 쥐어진 칼끝이 곧장 왼쪽 손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오이카와!!”
결국 우시지마는 다시 오이카와의 팔을 붙잡았다.
“나는… 우시와카쨩 없인 살 수 없어. 그러니까 우시와카쨩도 나를 사랑해줘.”
“무슨….”
“안아주지 않으면 여기서 죽어버릴 거야. 우시와카쨩에 토스따윈 올려주지 않게 죽어버릴 거라고! 나 말고 누가 우시와카쨩이 원하는 걸 해줄 수 있어? 우시와카쨩에겐 오이카와씨밖에 없어!”
“말이 되는 소릴 해라. 이해할 수가 없군. 오이카와.”
우시지마는 오이카와가 미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정말로 자살을 한다면 팀에 그만한 세터가 없는 것이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 찰나의 생각은 우시지마의 죄책감을 불러왔다. 죽어버리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두고 자신의 커리어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인간적이지 못하다고 여겨졌다.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지?”
오이카와가 환하게 웃었다. 과도가 툭 하고 침대 위로 떨어졌다. 우시지마가 손을 놓아주자 오이카와는 칼 대신 우시지마의 목을 끌어안았다. “안아줘.” 오이카와가 다시 한 번 속삭였다. 우시지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 번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지. 우시지마는 그 날이 채 일주일도 지나기 전에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오이카와에게서 전화가 왔다. 단호하게 갈 수 없다고 했다. 수화기 너머에서 죽어버릴 거라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피곤한 날이었다. 그래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대로 하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원을 끄고 전화기를 던졌다. 한숨을 내쉬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지르자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전화기의 전원을 다시 켰다. 죽어버릴 거라는 메시지가 셀 수 없이 들어와 있었다. 우시지마는 얼굴이 일그러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중요한 일이 있어서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무리하지 말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차키를 집어 들었다. 오이카와의 맨션 문은 역시 잠겨 있지 않았다. 우시지마는 망설이지 않고 침실로 들어갔다. 오이카와의 손에는 과도가 쥐어져 있었다. 왼쪽 팔에는 피가 흘러내리는 몇 개의 붉은 선이 있었다. 오이카와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우시지마를 보자 왈칵 울음을 터트렸다. “무서워. 우시와카쨩. 무서워. 죽어버릴 거야. 무서워….”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울었다.
결국 우시지마는 또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오이카와는 그런 우시지마의 목에 매달려왔다. 셔츠 칼라에 붉은 얼룩이 묻었다.
“싸움에 휘말려서.” 라고 말하자 한가득 염려를 담은 눈동자가 자신을 보았다. 우시지마는 자신이 다친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셔츠는 그냥 버리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울 것 같은 눈을 하는 여인의 어깨를 조심스레 끌어안았다. 오이카와의 어깨보다 훨씬 좁은데도 어쩐지 조금 전 자신에게 안겨오던 오이카와의 어깨가 더 연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장 자신이 무언가 크게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우시지마는 여인을 품에 소중히 안았다. 작은 손이 우시지마의 등을 끌어안았다.
시간이 끊임없이 되돌아가는 것처럼 오이카와는 우시지마에게 전화를 했다. 얕은 상처 위로 몇 번인가 깊이 날이 파고들었다. “안아줘.” 라고 말하며 “사랑해.” 라고 속삭였다. 마주 안지 않는 우시지마에게 매달려 키스를 구걸했다. 우시지마는 오이카와의 그 행동을 구걸이라는 단어 말고는 정의할 수 없었다.
현 내 최고에서 이젠 일본 최고의 세터가 되었음에도 오이카와는 우시지마에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는 듯 매달렸다. 우시지마는 자신의 행동이 구걸하는 이에 대한 얄팍한 연민이라고 생각했다. 결핍의 원인을 해결해주지 않은 채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에 대한 동정심으로 동전을 하나 던져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되뇌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그를 믿고 기다리는 이에게 크나큰 배신을 하는 것이니까.
오늘도 오이카와에게서 전화가 왔다. 꼭 가야 하냐고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 우시지마는 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와 그녀의 뱃속에 자리한 작은 생명체를 두고 집을 나서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가지 않으면 오이카와는 정말 죽을 것이다. 며칠 전 오이카와는 그의 벌어진 허벅지를 짚은 우시지마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여기쯤. 대동맥이 있대. 끊어지면 수술하기도 힘들대.” 라고 말 하는 것을 듣고도 우시지마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시간이 얼른 지나가기만을 바랐을 뿐이었다.
가지 않으면 오이카와는 그곳에 칼을 들이댈 것이다. 우시지마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약간의 동정이 사람을 살려놓을 수 있다면 그것을 베푸는 것이 맞지 않을까. 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얀 뺨에 입 맞추며 금방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오늘은 정말로 일찍 돌아갈 생각이었다. 자동차의 엔진소리가 유독 무겁게 울렸다.
오이카와의 집에 가까워졌을 때 우시지마는 급하게 차를 세웠다. 길 건너편에 오이카와가 있었다. 맨발의 그는 우시지마의 차를 발견하자 웃었다. 보도블록 아래로 한 발을 내렸다.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고 생각했던 오이카와는 나머지 발을 뜨거운 아스팔트위에 올려놓자마자 빠르게 우시지마에게 다가왔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시지마의 몸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오이카와밖에 보지 못한 눈의 시야는 지독하게 좁아져 있었다. 엉망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우시지마의 시선 끝에 있었다. 그것이 우시지마의 시야가 완전히 검게 변하기 전 그가 마지막으로 본 장면이었다.
하늘은 파랗다.
손에 닿지 않는 구름이 하얗다.
우시지마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을 마지막으로 본 날. 그날로부터 10년. 오이카와는 아직 죽지 못했다.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눈가가 따갑고 울음을 내뱉지 못한 목이 아팠다.
“데려가….”
그제야 눈물이 흘러나왔다. 우시지마가 오이카와에게 준 생명이 아직도 고갈되지 않았음을 깨닫는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하지만 우시지마가 준 것이기에 오이카와는 버릴 수 없었다.
“우시와카쨩….”
여전히 그를 사랑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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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단비님께서 보고 싶다고 하신 게 오이카와는 우시지마를 짝사랑해서 나를 사랑해달라고 자살시도도 하고 막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오이카와랑 불륜관계 이어가는 우시와카쨩이 오이카와 구하다가 죽고 그래서 오이카와는 죽지 못해 꾸역꾸역 사는 건데 말이죠...
이야기 하신 것 봤을 때는 음... 좋지. 괴로워해라 오이카와. 이정도의 기분이었는데 카페에서 제크 버클리의 할렐루야가 나와서 이거다! 란 생각이 들어 집에 와서 끄적끄적....
그래서 BGM도 넣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