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오이/우시] the Gallery Tray
헛소리 주의.
사망소재 주의.
캐붕 주의.
the Gallery Tray
오늘은 나의 날이다. 이 자리에 선 모든 이들과 단상 위의 왕, 그리고 그 옆에서 선 너도 아는 그런 날이다. 나는 오늘을 위해 누구보다 강해지길 소망했고 결국 그것이 이루어졌다. 포악함의 대명사가 된 적국의 왕의 수급이 너와 나의 왕 앞에 자리하게 된 이날을 내가 얼마나 오래도록 기다려왔는지 너는 모르겠지.
이 날에 걸맞게 연회장은 눈부시게 반짝인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
그 정 가운데에 선 나는 왕의 부름에 앞으로 나아갔다. 내 눈앞에 왕의 시종들이 커다란 은쟁반을 가져왔다. 사내 넷이 앉아도 충분할 만큼 커다란 쟁반, 왕에게 바친 나의 전리품이다.
“그대의 공은 정식으로 치하하겠다. 이것은 짐의 개인적인 선물이다. 그 위에 올라갈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주도록 하지.”
그 말에 나는 왕을 보고 눈을 돌려 너무나 많아 도리어 굴러다니는 돌처럼 보이는, 왕의 단상 앞에 쌓인 금은보화를 보았다. 네가 좋아하는 색의 비단과 네가 욕심내는 보석들. 네가 원한다면 왕이 너에게 얼마든지 줄 수 있는 물건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것으로 충분합니다. 폐하.”
내가 가리킨 것은 섬세한 세공이 더해진 작은 은쟁반. 아마도 간신히 네 두발이 올라갈 크기다. 그래도 그것은 네 모든 것을 비추기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반짝거렸다.
“에엣? 이와쨩 제정신이야?”
“신이 원하는 것은 저것으로 충분합니다.”
“우시와카쨩이 준다는데 싹 다 긁어가라구. 뭐야 이와쨩이 제일 고생했으면서.”
잔뜩 불만에 찬 소리를 늘어놓으며 내게 다가오려는 너를 왕이 붙잡았다. 너는 귀찮게 굴지 말라고 하면서도 왕에게 다가간다. 너는 왕이 싫다고 말한 입술로 그에게 키스하고 왕을 밀어내던 손을 들어 그를 끌어안는다.
왕은 너에게 많은 것을 허락했다. 너만이 부를 수 있는 이름, 너만이 들어갈 수 있는 정원, 너만이 누울 수 있는 왕의 침소. 그리고 너는 왕에게 허락했다. 네 입술과 달콤한 목소리, 부드러운 손길과 다정한 눈빛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사랑스러운 얼굴을.
“욕심이 없군. 그대는. 그럼 그대가 그토록 원하는 것은 뭐지?”
왕의 손이 네 뺨을 쓸어내린다. 커다란 보석이 박힌 반지로 장식된 강인한 손을 원한다고. 나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그 말을 다시 안으로 쑤셔 넣었다.
너는 왕에게 기대어 나를 본다. 왕을 볼 때와 다른 눈으로. 다른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이와쨩 저거 달라고 해. 저거. 황금 코끼리상.”
“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주시겠습니까?”
“이 안에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주지.”
“폐하의 명예를 걸고 약속해주시겠습니까.”
“…약속하지. 그대가 택한 작은 쟁반 위에 올라갈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주겠다. 이와이즈미. 만약 그것을 반대하는 이가 있다면 그의 목숨 또한 그대에게 주기로 하지.”
“에? 우시와카쨩 뭐야. 그런 농담 웃기지도 않는다구.”
너는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웃는다. 네가 손을 뻗자 왕은 너의 손을 잡아 그 끝에 입술을 대었다.
“이와쨩이 가지고 싶은 게 뭐야?”
왕을 대신해 네가 물었다. 그래서 나는 오래도록 기다려온, 나의 은쟁반에 올라갈 그것을 왕에게 요구했다.
“오이카와 토오루를.”
시간이 멈춘 것처럼 연회장 안의 모든 움직임이 멎었다. 악기가 만들어낸 감미로운 선율도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까지도.
“이와….”
“오이카와 토오루의 목을. 부디.”
“이와쨩?”
아무도 본 적이 없었을 표정으로 네가 나를 본다.
“짐은 농을 즐기진 않아.”
“폐하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진심인가?”
“예. 제가 원하는 것은 단지 그것 하나뿐입니다.”
“이와쨩!”
처음 들어보는 너의 목소리는 내 허리에 찬 검의 벼려진 날보다 날카롭고 내 검의 손잡이보다 차가우며 내 검이 뒤집어 쓴 피보다 격정적이다. 그것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네가 알까.
내게 다가오려는 너의 팔을 왕이 붙잡았다. 너는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소리치고 왕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왕이기에 그 자신의 명예를 건 약속을 파기하지 못할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그의 발아래 놓인 한 구의 시체를 얻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얻어야 할 많은 주검을 위해 그가 희생해야 했던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는 나는 왕이 나의 소망을 저버리지 못할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날을 택했다. 모든 것을 완전하게 만들기 위해.
“아파, 우시와카쨩! 아프다구!”
너를 붙잡은 왕의 핏발 선 눈동자가 나를 노려본다. 나는 담담히 그 눈동자를 마주보았다. 너의 눈에도 핏발이 섰다. 침묵은 순간을 영원처럼 만들었다. 왕은 드디어 내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데려가라.”
“우시와카쨩!”
네가 왕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나는 심장을 찢기는 것만 같다.
“이와쨩! 무슨 짓이야! 이와쨩!”
그리고 네가 나의 이름을 부를 때면 나는 그 상처를 한 땀 한 땀 다시 꿰맨다.
왕의 병사들이 너를 데리고 나갔다. 너는 내가 얼굴을 볼 수 없을 때까지 나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네가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부른 이름이 내 것임에 만족한다.
네가 저 세상에 가서도 잊지 못할 얼굴이 내 것이기에 나는 웃을 수 있다.
오이카와 토오루.
네 목에서 흐른 피는 반짝이는 은쟁반을 덮어 네 자신조차도 너의 비춰진 모습을 볼 수 없게 해주겠지.
영원 같은 시간이 흐르고 연회장의 문이 열렸다. 가까이 오지 않아도 나는 네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아직 뜨거운 피냄새와 너의 향기에 나는 전율한다.
나는 은쟁반을 받았다.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한 대가로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내 모든 것을 다 주고서라도 손에 넣길 소망했던 아름다운 것을.
은쟁반을 위로 들어올렸다. 마지막으로 나를 보았던 너의 눈동자가 하얀 피부로 가려져 아쉬웠다. 그래도 네 입술은 아직 붉었다. 나는 천천히 너를 내게 데려왔다. 너는 내게 입 맞춰 주었다. 내게는 처음이며 네게는 마지막인 소중한 입맞춤이다.
나는 네게서 입술을 떼어내고 왕을 보았다.
“폐하의 은혜에 탄복할 따름입니다.”
왕은 너를 잃고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 나는 너를 얻고 전부를 잃을 것이다.
오이카와.
나는 눈을 감았다.
천국이 있다면 부디, 영원히 나를 원망하기를.
나의 오이카와.
=============================================
이게 뭐냐면...
오늘 ㅅㅅ님이랑 이야기 하다가 ㅅㅅ님이 살로메 이와쨩이 보고싶다고...
물론 ㅅㅅ님이 보고싶어한 살로메 이야기는 이것과 완전히 다릅니다. 원전에 가까운 것으로... 안 어울리는 거 안다고! 그치만 보고싶다고!!!! 하신 것으로....
문제는 저 살로메 이와쨩 이야기를 듣자 제가 떠올린 것은 이모양... 역시 얀데레 최고봉은 이와쨩이 아닐까요... 거기다 스트레스가 하늘에 뻗친 나머지 짧게 끄적거려 보았습니다.....
적군의 장수 ㅅㅅ님의 살로메 이와쨩을 이렇게 만들어서 죄송하다는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올리며.....
저도 제가 뭘 썼는지 모르겠으니 너무 깊이 생각 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