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강인해 보이는 턱이라 해도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피부로 덮여 있었다. 오이카와는 가만히 손을 뻗어 눈앞에 선 남자의 턱을 쓰다듬었다. 손끝이 뺨을 향하자 그의 손이 오이카와의 손을 붙잡았다. 손 크기 자체는 오이카와와 별로 다를지 모르겠지만 굵은 뼈마디와 두꺼운 손바닥이 마치 가느다란 꽃대를 건드리는 것 마냥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따듯하다기보다 뜨겁게 느껴지는 체온이 손으로 전해져왔다. 그리고 그 손은 오이카와의 손을 자신의 뺨에서 떼어내 손바닥에 마주 닿은 체온보다 더 뜨거운 입술을 붙였다.
사랑한다고 속삭이듯 손바닥을 간질인 입술이 천천히 손 마디 마디 하나를 따라 간절하게, 혹은 애틋하게 타고 올라왔다. 그것은 언젠가 석양이 지는 하얀 백사장에 손을 묻었을 때 그 손등 위를 넘실대며 어루만지던 파도의 간지러움과 닮아 오이카와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뜨거운 숨은 손끝에서 다시 손바닥으로, 그리고 손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손목에서 손바닥으로, 그리고 손끝으로. 파도에 실린 하얀 거품이 쓸려나가듯 그렇게 사라졌다. 오이카와는 그 물결을 좇아 손을 뻗었다. 하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완강하게 자신을 붙잡은 손은 오이카와가 움직이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대신 단단한 손톱 위로 물결보다 보드라운 혀가 닿았다. 곧장 입술이 닿고 그것은 아주 살짝 움직여 오이카와의 손마디로 다가왔다.
“간지러워.”
남자의 웃음은 손에 닿는 숨이 변하는 리듬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언제나 소리 없이 웃었다.
남자는 오이카와의 불만 아닌 불만을 수용해주지 않았다. 입술은 조금 더 손등을 향해 다가갔다. 손가락 사이에 다다랐을 때 다시 한 번 부드러운 혀가 그의 입술 사이에서 나타났다. 금방이라도 녹아버릴 것을 핥듯 그의 혀가 오이카와의 손가락 사이를 핥았다.
이번엔 오이카와가 웃었다. 간지럽고, 또 그의 움직임이 너무나 다정해서. 언어가 없어도 마음이 전해진다는 것을 오이카와는 눈앞의 남자와 함께 걸어가기로 결심한 후에 알게 되었다.
“키스해줘.”
오이카와의 요구에 닿아있던 입술은 아쉬움을 담아 살며시 그곳을 물었다. 그리고 떨어져나갔다. 자신의 요청에 의해 떨어진 입술을 서운해 하는 오이카와의 입술에 남자의 입술이 미쳤다. 매일매일, 하루에도 몇 번이나 오이카와의 입술에 자신의 존재를 새기는 입술이지만 다시 맞닿으면 또다시 새롭다.
이런 날이 올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그지? 우시와카쨩?”
“뭐가 말이지?”
대답대신 오이카와는 우시지마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더 가까이 가져갔다. 얇은 박 한 장조차도 그 사이에 파고들 틈이 없게 하겠다는 듯 상대방의 입술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사랑해.”
오이카와의 한 마디에 우시지마의 숨소리가 가볍게 튀어 올랐다. 그 웃음을 먹어버릴 듯 오이카와는 그의 입술을 훔쳤다. 우시지마는 기꺼이 오이카와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었다. 그의 체온도 마음도.
“사랑해.”
네 모든 것을.
“사랑해.”
대답 대신 우시지마는 오이카와에게 입 맞췄다. 온 몸으로 자신의 마음을 알려주기 위해 오이카와를 끌어안았다. 오이카와의 목소리, 그의 향기와 한가득 사랑스러움을 담은 눈동자, 자신이 껴안은 그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우시지마는 언어가 아닌 몸짓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