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쿠토/아카아시] the Toes
아카아시의 발가락을 좋아라하는 보쿠토로...
그냥 가볍게 가볍게 짧게.
the Toes
샤워를 하고 아직 젖은 머리 그대로 바스로브 차림으로 침대에 걸터앉은 아카아시는 곧장 발 끝에서 올라오는 자극에 눈을 가늘게 접었다.
사람의 혀는 부드럽다. 그게 제 아무리 강한 스파이크가 특기인 철 없는 남자의 것이라고 해도.
입술 역시. 가끔은 거칠게 말라 있을 때도 있지만 지금은 혀로 핥은 듯 젖은 입술이 따듯하고 부드러웠다. 비록 계산된 움직임이 아니기에 조금은 서툴고 제멋대로였지만 아직 그럴 기분이 되지 않은 아카아시에겐 나쁘지 않은 자극이었다.
부드럽게 젖은 혀가 굳은살 박힌 발가락 끝을 휘감다 곧장 입 안으로 끌어당겼다. 아카아시는 고개를 뒤로 젖혀 익숙한 천장을 바라보았다. 발가락 사이를 핥는 감촉에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발등으로 타고 올라오는 젖은 움직임에 완전히 눈을 감았다.
남자 중에서도 꽤 큰 축에 속하는 손이 아카아시의 발을 처음보다 좀 더 강하게 붙잡았다. 타고 올라온 혀가 발목을 기웃거리며 복사뼈를 향했다. 다시 발의 옆면을 타고 내려와 조급한 움직임으로 아카아시의 발을 꺾어 발바닥에 혀를 미끄러뜨렸다.
간지러워서, 아카아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다리가 움찔 떨렸지만 발을 붙잡은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 혀와 함께 입술이 닿고 입술은 다시 발가락을 삼켰다. 신경을 타고 올라온 그 감각이 묵직하게 아카아시의 아랫도리를 스쳐갔다.
“아….”
달콤함이 섞였다기 보단 뭔가 생각이 떠오른 듯한 감탄사를 내뱉으며 아카아시는 고개를 바로 하고 손에서 발을 빼냈다. 시선 아래의 밝은 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동그란 눈을 들어 아카아시를 올려다보았다.
“보쿠토씨.”
아카아시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 발을 뻗어 턱 아래에 가져갔다. 가볍게 들어올리자 보쿠토의 얼굴이 위로 젖혀졌다.
“왜… 왜? 나 뭐 잘못했어?”
보쿠토와 달리 희로애락의 차이가 크지 않은 아카아시지만 그간 학습의 결과로 어느 정도는 아카아시의 눈치를 살필 수 있게 된 보쿠토가 물었다.
“글쎄요. 어떨까요.”
느릿하게 턱을 문지르는 움직임에 보쿠토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어제 점심 급식에 피망 남겨서?”
“그것도 있습니까?”
“아니야?”
“오늘 아침에….”
“아침?”
“큰일이군요.”
발끝으로 턱 안쪽을 쓸며 허리를 앞으로 기울인 아카아시는 다리에 팔꿈치를 얹고 그 손에 턱을 괬다. 지그시 바라보는 시선에 보쿠토는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렸다. 하지만 평소의 나른한 눈매 그대로 입 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간 걸 보면 화가 난 것 같진 않은 아카아시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보쿠토는 짚어낼 수가 없었다.
“나 잘못한 거 없는데.”
보쿠토의 볼멘 소리에 아카아시의 입술 사이에서 ‘흐음….’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카아시의 발가락이 좀 더 아래로 내려갔다. 쇄골에서 잠시 멈췄다 쇄골을 따라 옆으로 옮겨간 발이 어깨에 닿았다. 발바닥으로 어깨를 문지르다 발등으로 목을 스치며 올라갔다. 귓불을 발가락으로 건드리고 발을 아래로 내리려는데 보쿠토가 아카아시의 발을 붙잡았다.
“놓으세요.”
고저는 없지만 차가운 말투에 보쿠토는 얼른 손을 놓았다. 보쿠토의 몸에서 발을 떼어낸 아카아시는 그 앞에서 발을 까딱이며 다시 물었다.
“정말 모르시겠습니까?”
“연습 열심히 했잖아. 아카아시가 말한 대로 서브연습도 했구.”
“연습이야 늘 열심히 하시죠. 보쿠토씨는. 너무 열심히 하셔서 문제지만요.”
윗부분이 살짝 가려진 검은 눈동자가 똑바로 보쿠토를 보고 있었다. 보쿠토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이래저래 시선을 피하려 했다. 그래 봐야 정말 시선을 떼진 못하고 눈치를 보는 것이지만 아카아시가 원하는 답을 할 때까지 제대로 마주 볼 수가 없었다. 그런 보쿠토를 보는 아카아시가 다시 발을 들어 그이 오른쪽 어깨를 눌렀다. 팔을 타고 내려와 두어 번 문지르곤 다시 떨어져 나갔다.
“아!”
그제야 아카아시가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것인지 깨달은 보쿠토는 이번엔 정말로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고개 돌리지 마세요.”
“아, 어….”
고개를 다시 제자리로 돌린 보쿠토는 주춤주춤 시선을 위로 들어 아카아시를 보았다.
“잘못했어….”
“뭐가 말입니까?”
“아니, 진짜 하다보니까…. 아무리 연습이지만 설렁설렁 할 수는 없잖아.”
“연습하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 것 만큼 바보스러운 일도 없죠.”
“그래도….”
아카아시의 눈이 가늘어지자 보쿠토는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똑같은 말을 한지 며칠이나 지났죠?”
“어… 일주일?”
“삼 일만에 잊어 버린 게 아니니 보쿠토씨가 바보가 아니라고 안도해야 합니까?”
“어차피 안 다쳤잖아.”
“어차피란 말이죠.”
“아니, 잘못했어. 조심할게. 진짜 오늘은 오나카 블로킹이 굉장해서 나도 모르게 그런 거야.”
경기 중 텐션이 높아지면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감행하는 보쿠토는 지난번 크게 부상을 입을 뻔한 적이 있었다. 감독뿐만 아니라 아카아시에게도 꽤 잔소리를 들어야 했고 조심하겠다고 다짐 했지만 역시 길이 눈에 보이는데 하지 않고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카아시를 걱정하게 하려고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쿠토는 억울한 심정으로 그의 눈치를 살피며 눈앞에 있는 하얀 발에 시선을 주었다.
“또 그러시면 어떻게 할까요.”
“어? 안 한다구. 진짜 조심한다니까.”
“다치지 않으셔서 다행입니다만은 또 이렇게 행동하시면 다음 번엔 저도 그냥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엇? 그럼?”
“궁금하면 해보시죠.”
“안 해. 안 한다구. 잘못했어. 조심할게 아카아시.”
시선이 정말 차갑게 가라앉아있기 때문에 보쿠토는 고개와 팔을 동시에 저었다. 그리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아카아시의 얼굴과 발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참을성이 부족하죠. 보쿠토씨는.”
“그, 그런가?”
그런 점이 귀여운 거지만. 이란 말을 속으로 삼키며 아카아시는 발을 앞으로 뻗었다. 조금 전과 달린 약간 메마른 입술이 발가락 끝에서 느껴졌다. 보쿠토가 안절부절 하지 못한 눈으로 아카아시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몇 번 가볍게 입술을 문지르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밀어 넣자 보쿠토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리고 아카아시의 발가락은 곧장 보쿠토의 젖은 혀에 감싸여 입안으로 사라졌다.
이렇게 알기 쉬운 사람도 드물 거라고 생각하며 아카아시는 폐 안에 차오른 더운 숨을 길게 내뱉었다. 한 손이 아카아시의 발을 붙잡고 다른 손이 반대편 다리의 무릎을 잡아왔다. 다리를 훑는 큰 손의 감촉에 아카아시의 목이 다시 뒤로 꺾였다. 보쿠토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고 상체를 침대 위에 뉘이자 자연스레 다리가 벌어졌다. 허벅지를 타고 올라오는 체온과 발끝을 감싼 점막을 느끼며 아카아시는 눈을 감았다. 시야를 차단하자 젖은 소리가 선명하게 귓가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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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는 상상에…. ㅋㅋㅋㅋㅋㅋㅋ
아무도 안 써줄 것 같으니 오늘도 또 자급.
가볍게 가볍게.
보쿠토 이쪽으론 영 둔해서 사실 그리 조교가 될 것 같진 않습니다. 그냥 이러면 아카아시가 좋아하네 싫어하네 정도만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느낌.
낮이밤져 보쿠토인가 싶은데 과연 보쿠토가 낮에도 아카아시를 이기고 있는지는 조금 의문스럽군요.ㅋㅋㅋ
아카아시가 보쿠토를 보쿠토씨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걸 쓰자니 이건 아무래도 남편 부르는 거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저만 그렇겠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