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오이] 욕망이란 이름의 오이카와 씨
욕망이란 이름의 오이카와 씨
발간일 : 2018년 04월 07일 오이른 온리 사랑받는 토오루
커플링 : 우시지마X오이카와 (R-19)
※ 책 사양
A5 카피본 28페이지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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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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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이신 분들에게만 판매합니다.
● 우시지마 가슴이 좋아보이는 망충한 오이카와 이야기입니다.
우시지마 가슴에다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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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란 이름의 오이카와 씨
오이카와는 태어나 오늘까지 살아오면서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취향이 저에게 있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정말로, 맹세코. 진짜로 그랬다.
배구나 우유빵 같은 건 어느 누가 들어도 인정할 만한 취미가 아니냔 말이다. 소소하게 주말에 TV를 본다든가, 구매 예정 품목을 적어가더라도 마트를 구석구석 돌아본다든가 하는 건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섹스도 그랬다. 미성년자 시절, 어른들 몰래 잡지를 돌려봤다든가 인터넷으로 영상을 봤다든가 하는 건 10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영상을 볼 때도 오이카와는 맹세코 평범한 것만 봤다. 포르노를 보는 주제에 평범함을 논한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같은 포르노라고 해도 평범하게 두 사람이 나와서 키스하고 애무하고 삽입하는 평범한 내용이 있기 마련이었다. 영상에 잔뜩 붙은 테그를 한 번도 안 눌러봤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특정한 테그에 집착한 적은 없었다.
상상만 하다가 실제로 섹스를 하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악연이 필연인지 뭔지로 이어져 고등학교 졸업 직후부터 7년이 지난 오늘까지 가장 사적으로 가까운 사이를 유지 중인 남자친구와 하는 섹스는 딱 두 사람의 배구 스타일과 비슷했다. 파워와 스테미너로 밀어붙이는 남자친구가 이런저런 테크닉을 구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자신. 사실 힘과 체력이 좋으니 딱히 다른 게 필요하진 않았다. 네트 넘어 내리꽂은 배구공이 관객석으로 튀어 오를 정도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때때로 오이카와의 기술은 무력화되곤 했다. 아무튼 7년간 오이카와의 남자친구 포지션을 유지 중인 우시지마와 섹스할 때도 오이카와는 남에게 말 못 할 은밀한 요구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건 우시지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사람은 살면서 변하기 마련이다. 예전에 한 번도 하지 않은 일을 시도하지 않고 살았다면, 오이카와는 일본 배구계의 마에스트로라든가 코트 위의 지휘자 같은 낯간지러운 별명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오이카와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였다.
하지만! 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변화가 가슴에 손을 얹고 한 점 부끄러움이 없냐고 했을 때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할 변화라면 아무래도 망설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오이카와.”
오이카와는 누가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고민에 빠져 그 소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오이카와.”
“아….”
그리고 다시 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 건너편에 커다란 덩치가 자리하자 그제야 그가 자신을 부른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 미안. 왔어?”
“미안할 건 없지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지?”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아직 우시지마에게 말할 용기는 없었다. 아무리 볼 꼴 못 볼 꼴 다 본 사이라지만 오이카와에게도 아직 염치라든가 부끄러움이라든가 하는 건 남아 있었다.
“아닌 것 같은데.”
예전의 우시지마라면 오이카와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며 애매하게 웃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겠지만 연애 7년 차인 지금은 오이카와가 무얼 속이는지까지는 몰라도 무언가 속이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장기 연애는 약간 불편할지도. 라고 생각하며 오이카와는 조금 더 입술 끝을 위로 끌어올렸다. 우시지마는 미심쩍어하는 표정은 풀지 않았지만 오이카와가 아주 심각한 비밀을 숨기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더는 묻지 않고 점원이 가져다준 메뉴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닐라 라떼?”
“응. 오이카와 씨 레몬 타르트도 먹을래.”
이런 점은 또 오래 사귀어서 좋은가. 라고 생각하며 오이카와는 일찌감치 음료가 사라진 유리잔에 꽂힌 스트로우를 붙잡고 빙글빙글 돌렸다. 오이카와는 먼저 약속장소에 와 우시지마를 기다릴 때 첫 잔은 내키는 대로 주문했다. 그 후 우시지마가 올 때쯤엔 대개 잔이 비어있는데 그때는 바닐라 라떼를 주문했다. 이제 우시지마는 제 몫의 음료를 주문하며 오이카와에게 바닐라 라떼를 한 잔 더 권하는 정도의 눈치가 생겼다.
우시지마는 점원에게 주문을 전달한 후 재킷을 벗었다. 몸에 딱 맞는 드레스셔츠 중앙에 오이카와가 선물한 밝은 회청색 스트라이프 넥타이가 자리했다.
“아악!”
오이카와는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고 고개를 숙였다. 비명은 내지를 생각이 없었는데 소리가 새나갔는지 주변의 시선이 느껴졌다. 눈을 꼭 감은 오이카와는 속으로 “미쳤지. 미쳤지.”라고 중얼거렸다.
“오이카와?”
우시지마가 의아한 목소리로 오이카와를 불렀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들지 않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무슨 일이지?”
“아무것도 아니야.”
“나에게 말하기 싫은가?”
“아무것도 아니라니깐.”
“너랑 관련된 문제인데 너한테 말하겠냐.”라는 말을 할 수 없어 오이카와는 고개를 붕붕 저으며 다시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우시지마는 얼굴을 숨긴 오이카와를 잠시 보다가 폰을 집어 들었다. 혼자 생각할 때 물고 늘어져 봐야 돌아오는 건 타박과 분노뿐임을 아는 우시지마는 오이카와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이 역시 오랜 시간 오이카와와 연애하며 얻은 경험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점원이 주문한 식음료를 가져왔다. 그제야 얼굴에서 손을 떼어낸 오이카와는 제 앞에 놓인 음료를 쭉 들이켰다. 레몬파이가 올라간 접시를 오이카와 쪽으로 밀어준 우시지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이카와.”
“왜.”
저도 모르게 말이 퉁명스럽게 나가 오이카와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우시지마가 말을 잇지 않자 오이카와의 미간은 더 좁아졌다. 할 말이 있으면 할 것이지 왜 저렇게 멀뚱히 보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우시지마가 또 한 번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벌떡 일어나 나갈 생각 만만이었던 오이카와는 이어지는 우시지마의 말에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내일 모임, 갈 건가?”
“아…모임….”
우시지마와 오이카와의 연애를 계기로 어째서인지 같은 학년의 세이죠와 시라토리자와 배구부원들이 친한 사이가 되었다. 더 웃긴 건 정작 경기다 뭐다 바쁜 두 사람을 무시하고 자기네들끼리 열심히 만나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는 점이었다. 모임의 주축은 하나마키와 세미. 언제나 우시지마와 오이카와는 빼놓고 잘만 만나 놀더니 어제는 뜬금없이 모처럼 시간이 맞으니 만나는데 얼굴이나 비추라고 통보를 해왔다.
길다면 긴 7년의 연애지만 오이카와는 아직도 우시지마와 둘이 보내는 시간이 좋았다. 여러 가지 의미로. 그래서 어차피 우시지마와 오이카와가 없어도 재미있게 잘 놀 친구들의 선심을 거절하려고 했다. 방해하지 말라고 하면 “우우~~.”하며 놀리기야 하지만 억지로 나오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오라고 해놓고도 반쯤은 포기하고 있는 것도 아니 그냥 우시지마와 밀린 대화 - 몸으로 - 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최근 큰 고민이 있었다. 남에겐 말 못 하고 우시지마에겐 더더욱 말 못 할 고민이었다. 우시지마와 둘만 있으면 더더욱 그 고민이 떠오를 것 같았다. 그래서 오이카와는 현재 내일 모임 참석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었다.
“우시와카 쨩은 어때?”
“너는?”
우시지마는 팀 메이트이자 친구인 시라토리자와 배구부 동기를 소중히 생각한다. 오이카와 역시 아오바죠사이 배구 팀원에게 각별한 애정이 있었다. 죽고 못 사는 그런 것도 아니고 늘 만나면 오이카와를 놀리기나 하지만 그 저변에 깔린 애정과 신뢰를 부정한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시지마나 오이카와는 그 친구들을 매일매일 보고 싶다든가, 무슨 일이든 함께 하고 싶다든가 나랑 놀아주지 않으면 불안하다든가 하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 우시지마는 적극적으로 그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오이카와도 마찬가지였다. 대체로 오이카와가 기분이 내켜 “이번엔 같이 갈까?”라고 말하면 우시지마는 그러자고 했다. 이번 모임 역시 우시지마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오이카와의 의사를 물었다. 멋대로 결정하지 않고 상대의 의견을 묻는 착실한 남자친구의 모습이었다. 우시지마가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오이카와는 지난 세월 동안 자신이 얼마나 속을 태워가며 우시지마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감개무량한 기분이 들었으나 곧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는 걸 떠올리고 이번 모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에 빠졌다.
“내일 일정이 있나?”
“아니…. 그건 아닌데….”
차라리 다른 약속이 있으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생각한 오이카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음료에 꽂힌 스트로우를 입에 물었다. 음료를 쪼로록 빨아들인 오이카와는 그것을 꿀꺽 삼키고는 우시지마를 향해 방긋 웃으며 말했다.
“내일 같이 모임 갈까?”
우시지마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만 있고 싶다고 해주면 안 되나? 싶어 조금 섭섭했지만 둘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았기에 오이카와는 그 기분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애꿎은 레몬 타르트를 포크로 찔렀다.
“오이카와.”
“응?”
눈이 중앙으로 모이도록 집중해서 케이크를 노려보던 오이카와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가 저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레 치켜떴다.
어느새 우시지마의 손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여 손을 뻗은 우시지마의 엄지가 오이카와의 입술에 닿았다. 굵고 단단한 손끝이 입술에 닿자 오이카와는 반사적으로 입술을 열었다. 우시지마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오이카와의 입술을 슬쩍 문지르더니 곧장 손을 거뒀다. 오이카와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할 뻔했던 행동을 자각하자마자 너무 놀라 양손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오이카와?”
“아…. …하하하….”
‘우시와카 쨩 표정 귀엽네.’ 라고 생각한 오이카와는 그대로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그것만은 간신히 그만둘 수 있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까보다 더 의아한 눈으로 저를 보는 우시지마를 앞에 두고 고개를 붕붕 좌우로 흔든 오이카와는 애매한 표정으로 웃었다.
우시지마가 잘생겨 보이게 된 지는 좀 됐지만 오이카와의 머릿속은 이젠 제멋대로 우시지마의 몸매까지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건 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는 오이카와의 이성을 무시하고 뇌의 명령을 따른 시선은 우시지마의 두꺼운 가슴을 향했다. “정말 가슴 끝내주는데.”라고 생각한 오이카와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다시 양손에 얼굴을 묻었다.
벌어진 손가락 사이로 우시지마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누구 건지 정말 귀엽네.”라는 생각이 저도 모르게 스쳐 지나가자 오이카와는 자기 자신에게 “미쳤냐고!!!” 소리치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연애 7년 차에 남자친구가 귀여운 데다 가슴도 커서 좋다니. 어디 가서 절대 못 할 말이었다. 특히 내일 있을 그 모임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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