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지마/오이카와] in your Dream - 오이른 전력 60분
2016. 10. 16 오이른 전력 60분
주제 - 악몽
오타주의
in your Dream
애당초 우시지마와 나는 잘해 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목표가 같다는 이유로 모두가 마음이 잘 맞는다면 이 세상에 트러블이라는 건 굉장히 낮은 비율로 일어나지 않을까? 우시지마와 나는 분명 목표는 같다. ‘승리’라는 것. 하지만 그와 나는 공교롭게도 방향이 다르다. 목적지 하나를 두고 도로가 여러 개인 것처럼, 우리는 시작도 길도 달랐다. 길을 가는 방법 역시 그랬다. 어느 쪽이 더 빠르다든가 우월하다든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와 나는 방법이 달랐다.
나는 그것을 이해한다. 그 역시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서로의 방법을 납득하는 건 아니었다. 거기에 우리의 문제가 있었다.
고백을 하고, 손을 잡고, 키스를 하고, 섹스도 하고. 갓난아이 시절 이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은밀한 부분까지 죄다 까발려가며 몸을 섞었다. 상대의 방식을 납득하지 못한다고 해도 좋아하기 때문에 보고 싶었고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의 알몸을 내보일 수 있었다. 몸을 내보이고 마음을 드러내고, 그것은 결국 꼭꼭 숨겨둔 자신의 치부까지도 상대가 엿볼 수 있게 했다. 이를테면 이와이즈미도 잘 모르는 나의 신경질적인 모습이라든가 우시지마의 생각보다 훨씬 더 결여된 감수성 같은 것이 그랬다.
우스운 소리지만 처음엔 정말 불같은 사랑을 했다. 우시지마와 내가 그런 정신 나간 상태가 아니라면 연애가 가당키나 한가.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 상대를 한 번 그런 식으로 생각하자 둑이 허물어진 것처럼 부지불식간에 우시지마는 내 안에서 가장 커다란 자리를 차지했다. 우시지마 역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후 시쳇말로 콩깍지가 좀 벗져지자 사사건건 트러블이 생겼다. 차라리 대단한 이유이기라도 했으면 짜증이라도 안 났을 텐데 소위 치약을 중간에서부터 짜는가 끝에서부터 짜는가. 같은 아주 사소한 문제들에 뾰족한 소리가 오갔다. 하지만 단기간에 가까워진 만큼 어쩐지 떨어질 수 없어 매일매일 언성을 높이면서도 같은 공간에 상대가 있는 것만은 당연하게 여기며 살았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냐는 생각을 하며 귀찮아서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20년을 넘게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완벽히 같은 길을 걷는 건 불가능하니까 소모전은 그만두기로 했다. 나로 인해서 그가 바뀔 리가 없는데 그래도 어느새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 된 우시지마가 조금쯤 바뀌어 주면 좋겠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내가 한심해서 하나씩 하나씩 입을 다물었다.
완전한 타인이었다면, 그저 조금 친밀한 사이인 사람과였다면 결코 이런 식으로 문제 해결을 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당장의 피로함에서 등을 돌리는 쪽을 택했다. 나는 그것이 관계의 끝을 향한 적립이라는 걸 알면서도 회피라는 약간 무책임한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길을 우시지마 역시 조금 다른 속도와 방법으로 따라가고 있었다.
여전히 같은 침대에서 일어나 함께 아침을 먹고 서로의 일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입맞춤을 나누고 저녁을 먹으며 함께 하지 못한 시간에 있었던 일들을 나누고 다시 같은 잠자리에 들었다. 언성을 높이는 일도 없어 피곤할 일도 없었다.
하지만 그러므로 나는 내 앞에 앉은 우시지마가 이제 우리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도 화내지 않았다. 단지 그와 관계를 끝내는 건 내 쪽일 거라는 예상이 틀렸다는 점에 조금 당황했을 뿐이다.
나는 허벅지 위에 올린 주먹을 꽉 움켜쥐고 우시지마를 보았다. 무덤덤한 얼굴이 약간 찌푸려져 있었다. 말을 꺼내는 데 상당히 고심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우시지마가 이런 문제를 경솔하게 말할 타입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으므로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내가 입을 열어 대답할 수 있는 말은 우시지마의 제안을 긍정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짧은 말 한마디를 하지 못해 입을 열지 않았다.
보통 그가 질문한 뒤 내가 한동안 답이 없으면 그는 “오이카와?”라고 의문형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우시지마는 초침이 흘러가는 소리가 꽤 길게 났음에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나와 마찬가지로 입을 닫은 채 나를 마주 볼 뿐이었다.
나는 언젠가 이 순간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나름의 준비도 해왔다. 하지만 막상 현실이 눈앞에 닥치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괜찮다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우시와카 쨩 따윈 오이카와 씨의 인생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렇게 준비해둔 말은 그저 머릿속을 부유할 뿐 소리가 되어 흘러나가지 않았다.
때때로 늦여름의 묵직한 녹음을 떠오르게 하는 우시지마의 검은 눈동자가 묵묵히 나를 보았다. 차라리 그냥 헤어지자고 말하지 뭘 우아한 척이냐고 빈정거리는 소리가 목에 걸려 넘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와 헤어질 준비를 하면서도 여전히 우시지마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날이 올 줄 알면서도 오지 않기를 바랐기에 내가 가는 길이 회피임을 알면서도 벗어나지도 돌아가지도 못했다.
우시지마는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내 입에서 나올 대답이 하나밖에 없음을 알기에 침묵으로 재촉했다.
“나는….”
우스울 정도로 목소리가 낮게 잠겨 있었다. 눈가가 시큰거려 애써 눈을 깜박이지 않으려 눈에 힘을 주었다.
“오이카와?”
그가 부르는 내 이름에 숨이 막혔다.
“…카와?”
“윽….”
“오이카와.”
“아….”
“오이카와. 일어나라. 무슨 꿈을 꾸기에….”
“…우시…와카 쨩?”
“그래.”
나는 걱정이 묻어난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끔벅였다. 흐릿한 시야가 맑아지며 눈가로 뜨듯한 것이 흘러내렸다.
“울 정도로 나쁜 꿈이었나?”
얼굴이 달아올라서인지 우시지마의 손이 선선하게 느껴졌다. 우시지마는 내 눈가에 흘러내린 눈물을 훔치고는 이마를 덮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드러난 피부에 입술을 붙였다.
“울지마라.”
“….”
눈꺼풀을 닫자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번에 우시지마는 가만히 그의 입술을 내 눈가에 가져갔다. 딱딱한 손끝이 부드럽게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무슨 꿈을 꾼 것인지 모르지만 꿈이다. 울 것까진 없지 않나.”
“…누구 때문인데….”
“음?”
어쩐지 억울해 그렇게 말하자 우시지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소리를 내고는 내 목 아래로 손을 밀어 넣었다. 곧장 끌어안겨 져 나는 한숨을 쉬며 그의 어깨를 이마로 두어 번 두드렸다.
“우시와카 쨩 때문이라구.”
“왜 나 때문이지?”
“그야 우시와카 쨩이 꿈에서 오이카와 씨를 울렸으니까 그렇지.”
“내가?”
“그래.”
“흠….”
“뭐야.”
“개꿈이군.”
“뭐?”
“도대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기에 나 때문에 꿈에서 우는 거지?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둬라. 오이카와 넌 생각이 너무 많아.”
“우시와카 쨩이 단순해서 그렇겠지. 단순해서 부럽네요. 그래도 멍청해지면 안 되니까 뭔가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게 어때?”
“생각이라면 한다. 단지 넌 하지 않아도 될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게 문제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우시와카 쨩이 오이카와 씨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런 소릴 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많이 알지.”
“과연?”
눈치라곤 약에 쓰려고 해도 없으면서 뭘 많이 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나 싶어 콧방귀를 끼자 우시지마는 뒷머리에서 시작해 목과 어깨를 쓸어내린 후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내 속눈썹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꿈같은 건 믿지 마라.”
“내가 무슨 꿈을 꾼 줄 알고 그래?”
우시지마의 입술이 뺨을 지나 내 입술에 닿았다.
“그저 악몽이다. 오이카와.”
“아니거든. 우시와카 쨩 때문에 완전 열 받은 꿈이거든?”
“그랬다면 일어나자마자 날 발로 찼겠지.”
“그….”
나는 대답할 말이 궁해 말을 잇지 못했다. 우시지마는 다시 내 입술에 입 맞추었다.
“악몽이다.”
“….”
눈을 감으며 우시지마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그의 팔이 더 단단하게 나를 감싸 안았다.
“그래, 악몽이야.”
정말로 그냥 악몽이었으면 좋겠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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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전력 트윗이 보여서 끄적여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