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오이] 달 없는 밤
달 없는 밤
발간일 : 2016년 7월 10일 하이큐 통합 온리전 'TSA'
커플링 : 우시지마X오이카와 (R-19)
※ 책 사양
A5 카피본 44 페이지
※ 가격
4,000원
※ 주의사항
● 성인이신 분들에게만 판매합니다.
● 슬럼가를 배경으로 현재 사귄다는 설정입니다.
● 둘 다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 해피엔딩입니다.
● 언급은 되지 않지만 모브오이요소가 좀 있습니다.
● 신경쓰시는 분들이 계실 듯해 가려두는 모브오이 주의사항입니다. 원하시는 분들께서만 클릭해주세요.
오이카와가 몸을 팝니다. 이에 관해서 직접 묘사 또는 설명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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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없는 밤
가로등에서 다음 가로등까지, 그 노란 불빛이 만들어내는 동그란 점과 점 사이는 언제나 커다란 얼룩이 시커멓게 똬리를 틀었다. 가로등은 하나 건너, 혹은 두 개, 세 개를 건너 뛰어 불을 밝혔다. 어둡고 낡은 거리에 선 이 오래된 가로등이 전부 불을 밝힌 모습을 본 사람은 아마 이 거리가 처음 만들어진 직후부터 이곳에서 쭉 살아온 몇 명 늙은이들뿐일 터였다.
침체되고 침체되어 그 옛날 모습 그대로 박제된 듯한 거리는 벽돌이 풍화된 먼지가 모래사장처럼 쌓여 있었다. 거기다 밤이 늦은 이 시간에는 몇몇 가게들을 제외하고는 죄다 내부 조명을 끄고 셔터를 내려 입구를 굳게 가로막았다. 거기다 간판에 불이 들어온 곳도 많지 않으니 어두운 거리는 더욱 어둠에 잠식당할 뿐이었다.
그 길을 따라 늘어선 건물 사이의 어느 좁은 골목에서 한 청년이 불쑥 튀어나왔다. 낡은 청바지에 낡은 회색 후드 티, 낡은 스니커즈. 이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낡은 옷차림을 한 청년은 후드 티 앞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은 채 길을 걸었다. 그는 이 거리를 걷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주변 풍경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듯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건물을 스쳐 지났다.
그러던 그의 발이 문득 멈췄다. 며칠 전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꼬맹이가 뭐 하는 짓이냐고 호통 치며 자신을 쫓아냈던 남자가 운영하는 작은 식료품 가게에 불이 꺼져 있었다. 낡은 가로등만큼이나 오랫동안 이 거리에서 장사를 하던 점포의 불이 이렇게 완전히 꺼진 건 남자가 알기론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돈을 좋아하고 부지런한 점포주는 언제나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고 밤 늦게 문을 닫았다. 연말에도 연초에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쉬는 법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건너편에 서 불이 꺼진 가게를 본 남자의 시선이 머물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남자, 오이카와 토오루는 가게에 불이 꺼진 것이 의아해 후드를 벗으며 길을 건너 가게 앞으로 다가갔다. 불이 꺼졌을 뿐 평소와 다름없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궁금해 오이카와는 창살을 친 유리문에 바짝 얼굴을 가져갔다. 그리고 안이 어두워 제대로 보이지 않아 눈을 깜박거리며 어둠에 익숙해지길 기다렸다. 매일 물건을 노리는 좀도둑들이 들끓는 슬럼가에 자리한 가게답지 않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던 선반 위 물건들이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었다. 오이카와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눈을 굴려 좀 더 주변을 살펴보았다. 정면에서 왼쪽에 있는 창살로 가려진 카운터 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살을 찌푸리며 잘 보이지 않는 안쪽을 들여다보기 위해 초점을 맞췄다.
“헉?!”
오이카와는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키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사람의 시체 따윈 이가 빠진 보도블록만큼이나 흔하게 보는 것인데 가게 주인의 몰골이 이 바닥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해 오이카와는 드물게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그곳을 지나가던 양아치 집단의 남자가 오이카와의 어깨를 밀치고 유리문에 손날을 대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주인의 시체를 발견했는지 휘파람을 불더니 패거리들에게 손짓을 했다.
“야, 이거 열어!”
그 말에 스펠링도 틀린 욕설을 문신을 어깨에 새긴 덩치 큰 사내들이 쇠파이프를 들고 가게 쪽으로 다가갔다. 어딜 봐도 슬럼가 최하위 양아치 집단으로 보이는 그들은 오이카와를 보며 험악하게 눈을 부라렸고 오이카와는 그들이 무서워서라기 보단 그저 얽히고 싶지 않아 빠르게 그 앞에서 멀어졌다. 후드를 다시 뒤집어쓰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는 가던 방향으로 걸음을 빨리했다.
대로라고 해도 차 두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길 한쪽은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자동차의 잔해가 줄지어 있었다. 색이 바라고 먼지를 뒤집어쓰다 못해 모래에 파묻힌 형상의 그것들은 이미 타이어나 와이퍼, 헤드라이트나 사이드미러 같은 고물상에 팔아넘길 수 있을만한 것은 죄다 누군가가 훔쳐가고 없어 자동차라고 부르기도 힘든 고철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오이카와는 바닥이 패고 쓰레기가 쌓인 길을 계속 걸었다. 더럽고 냄새나고 지저분하고, 너무나 익숙한 길이었다.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자라고 이곳에서 죽어야 하는 운명. 오이카와는 이 길을 지날 때면 언제나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떠오르는 그 생각과 조금 전 본 뇌수가 흘러나온 시체에 대한 생각을 떨치고 싶어 바닥에 침이라도 뱉을까했지만 더러운 길에 침 한 번 뱉는다고 기분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그는 그냥 그대로 입을 꾹 다문 채 가던 길을 재촉했다.
한참 앞만 보고 걷던 오이카와는 멀찍이 약속장소가 보여 걸음을 늦췄다. 왼손 소매를 슬쩍 걷어 시간을 확인하자 약속시간까지 십여 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오이카와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재빨리 소매를 내려 시계를 덮었다. 진짜 가죽 줄에 케이스는 금, 문자판에도 보석이 박혀있고 주워들은 이야기로는 회전축 루비가 21개짜리라고 했으니 이런 곳에서 잘못 드러냈다간 손목이 잘릴지도 모를 비싼 물건이었다. 오이카와는 옷소매로 덮은 채로 시계를 만지작거리다 약속장소인 작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하나?”
“두 개.”
“거기 앉아.”
“네.”
정수리 머리카락만 죄다 빠진 후덕한 인상의 식당 주인은 오이카와의 주문에 고개를 끄덕이지도 앉고 턱으로 주방 건너편 벽에 붙은 테이블을 가리켰다. 오이카와는 등받이도 없는 작은 의자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보기만 해도 끈적끈적한 테이블을 내려다보며 습관적으로 미간을 찡그렸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가고 없는 엄마 손에 이끌려 십년 전 처음 이곳에서 밥을 먹었던 그때부터 아무것도 바뀐 것 없이 길가의 쓰레기가 쌓이듯 기름때가 겹겹이 낀 테이블이었다.
이곳에 메뉴판은 없었다. 그냥 인원수대로 주문하면 먹을 게 나올 뿐이었다. 가격은 늘 같고 가끔 특별히 비싸거나 가격이 오를 땐 주문하기 전에 알려주었다. 곁눈으로 주방을 보자 이미 만들어놓은 기본 국을 작은 냄비에 퍼 담고 생선 한 마리를 건성으로 토막 내 그 안에 집어넣는 모습이 보였다. 이거저거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조금 뒤면 이곳에 등장할 인물이 생선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오이카와는 일단 메뉴를 물어볼걸 그랬나 하고 후회했다. 하지만 그런 걸 물어봐야 주는 대로 처먹으라거나 안 판다고 화를 내며 쫓아내기나 할 테니 물어볼 수도 없었다. 결국 맛이나 있으며 좋겠다고 생각하며 오이카와는 테이블 위 젓가락 통에 비죽이 꽂힌 젓가락을 여러 개 뽑아 짝이 맞는 것을 고르기 시작했다.
짝이 맞는 플라스틱 젓가락 두 쌍을 제외한 나머지를 통에 끼워 넣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작은 종이 딸랑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든 오이카와가 그 등장인물이 자신이 기다리던 사람이라는 것에 반가워한 것도 잠시, 그와 시선이 마주한 순간 오이카와는 사정없이 얼굴을 찌푸렸다.
남자는 뚜벅뚜벅 걸어 좁은 가게를 가로질렀다. 오이카와가 있는 테이블 맞은편 의자에 앉은 그는 피딱지가 앉고 여기저기 붉혀 엉망인 손으로 그가 들고 있던 구깃구깃 접힌 누런 종이봉투를 테이블 위에 놓은 후 오이카와 쪽으로 밀어냈다.
“얼굴이 그게 뭐야?”
“별 거 아니다.”
“별 거 아니긴! 별 거 아닌데 그렇게 퉁퉁 부었어? 얻어터지기만 한 거야?”
남자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턱으로 봉투를 가리켰다. 오이카와는 한숨을 내쉰 후 그 봉투를 제 쪽으로 당겼다. 그리고 안에 든 것을 확인하며 낯선 물건을 안에서 꺼냈다. 한눈에 봐도 비쌀 듯한 종이 상자는 금색 리본으로 묶여 있었다. 누가 봐도 남자가 구입했을 것 같지 않은 상자와 남자를 번갈아 보며 의문을 표하자 남자는 툭 던지듯 말을 뱉었다.
“주더군.”
“우시와카 쨩한테?”
“꽃도 있었지만 그건 린다에게 줬다.”
“으응. 잘 했어. 어차피 꽂아둘 곳도 없구. 린다는 잘 지내?”
“잭이 학교에서 코카인에 손을 댔다더군.”
“어휴. 하나 있는 자식새끼가 왜 그렇게 말썽이래? 린다 속이 말이 아니겠는 걸. 쬐깐한 게 벌써 약에 손이나 대구. 운반하다 그랬대?”
“그렇겠지.”
“초콜릿이네. 이것도 린다 주지 그랬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오이카와는 상자 안에 든 예쁜 모양의 초콜릿을 하나 꺼내 날름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단단한 그것은 입안의 체온에 의해 곧장 부드럽게 녹아들기 시작했다. 특유의 쌉싸름한 향과 달콤한 맛이 부드럽게 혀를 감쌌다. 오이카와는 뺨을 홀쭉하게 만들어 혀로 초콜릿을 입안 여기저기에 문지르며 오래간만에 맛보는 달콤한 초콜릿을 음미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오이카와가 초콜릿을 하나 다 먹기도 전에 가게 구석에서 졸고 있는 줄 알았던 가게 안주인이 두 사람의 테이블에 그릇을 내려놓았다. 오이카와는 재빨리 입안에서 초콜릿을 녹여 씹어 삼키듯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리고 눈앞의 남자에게 말했다.
“많이 먹어.”
우시지마는 오이카와에게 젓가락을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릇의 내용물과 풍기는 냄새에 잠시 손을 멈췄던 그는 곧 아무 말 없이 부슬거리는 밥이 가득 담긴 공기를 손에 들었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허겁지겁 입안으로 음식물을 밀어 넣는 그를 보며 오이카와도 숟가락을 들었다. 초콜릿의 단맛 때문인지 어쩐지 식욕이 싹 달아난 기분이라 괜히 먹었다고 후회하며 국물을 한 숟갈 떠먹었다. 코를 톡 쏘는 향채 냄새에 가려진 쿰쿰한 생선비린내가가 거슬렸다. 그래도 먹을 만하면서 싸고 양 많은 걸로 치면 여기만한 곳도 잘 없는 게 사실이라 오이카와는 군말하지 않고 마주 앉은 우시지마와 마찬가지로 음식을 입안으로 나르는 일에 집중했다.
제법 많은 양의 음식을 모조리 위장에 집어넣은 후 두 사람은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이카와는 초콜릿 박스를 다시 종이봉투 안에 넣고 봉투 입구를 잘 말아 품에 안 듯 쥐었다. 음식 값을 계산하고 밖으로 나와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길을 걸었다. 이미 많이 늦은 시간이어서인지 불이 켜진 가로등 수만큼 취객을 맞닥뜨리는 것 같았다.
“거긴 진짜 가로등이 전부 켜있어서 밤길도 환할까?”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집이 가까워졌을 무렵 뜬금없는 오이카와의 질문에 우시지마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대낮처럼 환하다더군.”
“그런가. 그럼 밤에 잠자기 힘들지 않으려나.”
“커튼을 치면 되지 않나.”
“하긴. 그러겠지?”
오이카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우시지마는 그런 오이카와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오이카와가 입은 낡은 후드티 목깃 쪽으로 손을 뻗었다.
“왜?”
“옷을 사라.”
“뭐야, 오이카와 씨는 이미 옷걸이가 훌륭해서 괜찮아. 그리고 아직 충분히 입을만한 걸?”
그렇게 말하며 우시지마의 손에서 멀어진 오이카와는 목깃을 움켜쥐어 단이 뜯어진 곳을 안으로 말아 넣었다. 우시지마는 그런 오이카와의 대답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이카와는 한숨 쉬지 말라고 말하며 한 왼손으로 우시지마의 뺨을 잡아당겼다. 그러다 우시지마가 오이카와가 오른손에 든 봉투를 바라보는 것을 눈치 채고 봉투를 품으로 꽉 끌어안았다.
“안 된다구. 얼른, 얼른얼른 모아야지. 이제 조금만 더 모으면 되잖아.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어.”
“…그래….”
우시지마의 목소리가 낮게 잠기는 만큼 오이카와는 밝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애썼다.
“나중에 비싼 옷 사면 되지!”
“…그래.”
“내 옷 보단 우시와카 쨩 신발을 먼저 사야 할 거 같은데? 괜찮아?”
“비만 안 오면 괜찮다.”
우시지마의 대답에 오이카와는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우시지마는 오이카와가 왜 그런 얼굴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고 오이카와는 그게 답답해 울컥 퉁명스런 목소리를 냈다.
“우시와카 쨩, 비 오면 물 샌다는 거지 지금?”
“그렇다만?”
“그럼 얼른 새걸 샀어야지!”
“밑창이 뜯어진 것도 아니니 아직 괜찮아. 그보다 오이카와 너야말로 서점에서 손님을 상대하는데 단정한 옷을 입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거야 기우면 되잖아! 우시와카 쨩 그러다가 위험할 때 신발 망가져서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아직 괜찮다.”
“말로만!”
“정말이다. 네 말대로 신발이 망가지면 낭패니 필요한 만큼은 챙기고 있다. 그보다 오이카와….”
말끝을 흐린 우시지마가 오이카와의 팔을 붙잡았다. 오이카와는 뭐냐고 묻는 대신 우시지마의 눈을 바라보았다. 빛 없는 가로등 사이 어둠 속에서 새카맣게 내려앉은 두 눈동자가 오롯이 오이카와를 향했다. 오이카와는 그의 그 시선이 무엇을 뜻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의 바람은 오이카와 역시 원하는 것임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 오이카와는 두어 번 눈을 깜박인 후 우시지마의 거친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집에 가자.”
오이카와의 말에 우시지마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대답도 하지 않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오이카와는 품에 껴안은 종이봉투를 추스르며 그와 나란히 걸었다. 두 사람은 곧 그들이 함께 몸을 의지하는 작은 방 한 칸에 다다를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집은 차가 다니는 도로에 접한 공용 주택 건물로 좁은 방 크기에 비해서는 집세가 비쌌다. 물론 미로 같은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면 더 넓고 집세가 싼 곳도 있다. 하지만 법보다 주먹이 우위인 이곳에서도 특히 더 위험한 밤길은 남자들도 혼자 다니기를 꺼려했다. 우시지마는 밤늦게 돌아올 때가 많았고 그의 탓이 아니지만 그에게 억하심정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오이카와는 우시지마를 위해 이곳을 고집했고 두 사람이 함께 살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이 작은 집에서 몸을 부대끼며 살아왔다.
그래도 수도관이 들어오고 차가 다니는 길에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저렴한 편이기도 했다. 단지 층마다 다닥다닥 문이 늘어선 5층짜리 건물이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숨 막히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건물의 3층. 똑같은 문 중 하나 앞에 선 오이카와는 열쇠꾸러미를 꺼내 세 개나 달아놓은 잠금 쇠를 하나씩 풀고 안으로 들어갔다. 묵묵히 그 뒤를 따라 들어온 우시지마가 문을 잠그는 소리를 들으며 오이카와는 손에 든 봉투를 손바닥만한 싱크대 옆에 자리한 선반 위에 놓았다.
“그래도 오늘 잘 했나보네. 돈도 제법 들었고 초콜릿도 얻어오구.”
오이카와는 봉투를 열어 안에 든 초콜릿 박스를 꺼냈다. 하나 더 먹으려고 뚜껑을 열려 하는데 상처투성이인 손이 다가와 오이카와의 손의 움직임을 막았다.
“나중에….”
“읏…!”
“오이카와….”
“좀, 천천히…. 우시와… 카….”
“…오이카와….”
우시지마는 오이카와의 손에서 상자를 빼앗아 다시 선반위에 올려두고 다른 손으로 등 뒤에서 오이카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오이카와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귓바퀴에 입술을 댔다.
============ 후략 ======